궂은 날씨에 깊어지는 농가 시름
궂은 날씨에 깊어지는 농가 시름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4.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품질저하·가격하락·일손 부족 등 '3중고'
예년보다 출하량 줄어도 경락가는 떨어져

“안 그래도 인부를 구하지 못해 감귤을 제때에 수확하지 못하고 있는데 눈까지 내려 자칫, 감귤 비상품만 늘어 소득이 더 줄어들까 걱정입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6600㎡(약 2000평) 규모의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60대 오모씨는 감귤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조생감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오씨는 매년 이달 초에 감귤 수확을 마무리해왔지만, 지난달 24일부터 비 날씨가 이어지더니 급기야 지난 4~6일 눈까지 내려 현재 30%도 수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풍상해과가 많은데 열매껍질이 수분을 빨아들여 부풀어진 상태인 부피과 피해도 일부에서 발생하고 있어 이른 시일에 수확해야지만, 이마저도 월동채소 수확시기와 겹쳐 일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오씨는 한해 농사를 마쳐 수확의 기쁨을 느껴야 할 지금이지만, 오히려 한해 농사를 그르칠까 ‘노심초사’하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올해 제주산 감귤이 예년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등 가격 하락으로 농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눈 날씨에 이어 일손 부족까지 겹치는 ‘삼중고’를 겪고 있어 농가의 시름은 한 없이 깊어지고 있다.

8일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 등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 노지온주 평균경락 가격(10㎏ 기준)은 1만68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3241원보다 19.3% 낮았고, 2012년 같은 기간 1만2241원보다 12.7% 떨어졌다.

지난달 출하량은 6만6017t으로 작년 동기 8만4355t보다 21.7% 줄어들었고, 2012년 같은 기간 7만5348t보다 12.4% 감소했다.

예년보다 낮은 감귤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하량마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의 소비 심리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발표한 과일관측 12월호를 통해 감귤의 경쟁 상대인 딸기마저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노지감귤 가격 약세를 전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감귤 농가 일손 돕기, 감귤 소비 촉진 운동 등 농민의 주름살을 펴줄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3일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고모씨(57)의 과수원에서 감귤 1600㎏을 수확해 가져간 혐의(절도)로 윤모씨(49·여)가 경찰에 지난 6일 붙잡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감귤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서 감귤 소비 촉진 운동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귀포시는 지난 1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한 과수원에서 돌풍으로 인해  감귤하우스 2670㎡가 파손돼 9238만여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 긴급 복구 일손돕기를 위해 군부대 장병과 지역주민 등 1일 30여 명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매일 고권봉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