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 바다와 파도를 내가 찍었어요"
"상상속 바다와 파도를 내가 찍었어요"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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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제주' 진행
강지훈씨 "사진 잘 나왔다 소리에 기분 정말 좋아"

지난 6일 강지훈씨가 제주시 용두암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던 저는 ‘소리’로만 세상과 만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들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사)제주문화서포터즈(회장 양의숙)와 상명대 영상·미디어연구소(소장 양종훈, 이하 연구소)가 지난 10월부터 도내 시각장애인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제주’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1급 강지훈(31·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교사)씨는 ‘소감’을 물은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지난 6일 오전 강씨를 비롯해 5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찾은 곳은 제주시 용두암. 이곳은 살을 에는 듯 한 바람이 불었고, 비와 눈이 반복하며 내렸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자신들이 아름다운 ‘제주바다’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생각에 설레 이는 듯 했다.

이날 촬영의 핵심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장면을 앵글에 담는 것.

시각장애인들의 멘토인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부 학생들은 이들과 함께 걸으며 사진이 가장 잘 나올 만한 곳을 찾았다. 그 뒤, 구도를 잡으면 시각장애인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수차례 셔터를 누른 시각장애인들은 학생들에게 ‘파도가 바위와 부딪힌 사진이 담겼냐’, ‘사진이 흔들리지 않았느냐’ 등을 물었다.

강지훈씨는 “나는 바다와 산, 그리고 내 안내견 리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며 “항상 ‘바다는 아마 이럴 거야…'’라며 마음속으로 상상하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사물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내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없지만, 누군가 사진이 잘 나왔다고 얘기해주면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7일을 끝으로 촬영을 마무리 한 연구소는 앞으로 전시장에 풀어놓을 작품을 선별한 뒤,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KBS제주방송총국 전시실에서 전시회를 진행한다.

연구소는 관람객들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손으로 만지며 느끼는 사진인 ‘형압사진’을 제공하고,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해 빛이 나오는 액자인 ‘라이트 패널’의 형식으로 꾸며놓을 예정이다. 이어 점자 사진집을 제작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김선희씨가 멘토의 도움으로 제주시 용두암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있다.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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