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4월 호주 FTA 정식서명, 7월 콜롬비아 FTA 발효, 9월 캐나다 FTA 정식서명, 11월 중국 및 뉴질랜드 FTA 타결선언이 있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과의 FTA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협상을 체결했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도 세부 협상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서 ‘밀실협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한·중 FTA가 정식서명을 하고, 국회의 비준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품목별 피해 예측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도민들의 관심이 한·중 FTA에 쏠려 있는 사이, 축산 강국인 영국연방국가(호주·캐나다·뉴질랜드)와의 FTA가 발효직전까지 진전됐다는 사실이다. 영연방국과의 FTA는 이미 발효된 미국·EU와의 FTA에서 유사한 경향으로 실질적으로 농산분야보다 축산분야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호주 및 캐나다와의 FTA로 인한 생산 감소가 연평균 1422억원으로 15년간 누적금액이 2조1329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농산분야가 3756억원, 축산분야가 1조7573억원으로 전체 피해의 82.4%가 축산분야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의 축산업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의 경우 제주도 축산물 조수입은 7932억원으로 전년 7151억원에서 5.6% 증가했다. 양돈이 3151억원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가운데 말산업 965억원, 한·육우 558억원, 양계 554억원 순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조수입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행정의 지원과 우리 축산인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기존 미국과 EU와의 FTA에 따른 피해가 과장됐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FTA에 따른 피해와 영향은 민감품목의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15년 후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처음으로 체결한 칠레와의 FTA에 대한 피해도 아직 완전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또한 제주도정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영국연방국가들과의 FTA와 관련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 조속히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도 전체 예산과 농축산식품국의 예산이 전년대비 각각 6.6%와 13.4% 증가했지만 축산정책과의 예산은 감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전년대비 36.4%나 감소한 축산분야의 예산은 도정이 축산분야 대응책 마련의 시급성을 몰이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금번 FTA로 인한 한·육우 품목의 피해가 약 1조109억원으로 전체 피해의 47.4%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내년도 도정의 예산에는 돼지와 말 2품목에만 예산의 80%가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FTA에 따른 피해대책을 반영할 수 있는 예산안 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 제주는 전국 초지의 46.6%인 1만6648㏊의 초지에서 57만 마리의 한·육우와 말 등의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 사료작물 재배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와 관광자원으로의 경관효과 등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즉, 제주 축산업이 무너지게 된다면, 연쇄적으로 관광산업을 비롯한 전후방 연관 산업이 무너지고 만다. 우리 제주가 축산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