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사무소가 행정의 최 일선 조직이라면 통·반(統·班)과 통·반장은 최종 세포 조직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왔다.
그런데 반장과 반상회 제도는 1975년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 훨씬 전인 이승만 정권 시절부터 이·동마다 반상회 아닌 반회를 조직, 반장을 두고 운영해 왔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반조직(班組織)과 반장제도는 실제로 반세기가 훨씬 넘은 6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셈이다.
이렇듯 오랜 기간 존속해 온 반회 내지 반상회와 반장들은 지방행정의 최종 세포조직으로서 많은 일을 해 왔고, 행정 당국과 주민 간의 창구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물론, 반회와 반상회는 그동안의 긍정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와 박정희 군사정권의 독재 합리화를 위한 홍보의 장(場)으로 이용되는 등 영욕(榮辱)을 함께 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반상회-반장제도에 대한 폐지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행정시가 제주도에 반장제 폐지를 건의했기 때문이다.
행정시가 반장제 폐지를 건의한 데는 타당한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아파트·연립주택 등 주거환경이 크게 변화한데다, 인터넷 등 초고속 정보 문화가 주민생활과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반상회 기능이 약화 돼 연간 2억원이란 예산이 낭비되고 있으며, 반장 활동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반상회 혹은 반장제를 폐지하는 것이 꼭 옳다고만 할 수도 없다. 주민과 행정조직을 위해서도 반상회제도를 더욱 활성화시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반상회와 반장제의 폐지는 행정과 주민간의 또 하나의 소통의 길을 봉쇄하는 것이다. 원희룡 지사가 진정으로 ‘협치행정’을 하고 싶다면 더더욱 반상회를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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