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2010년 5·24 조치 이후 중단돼 이제 4년이나 됐다. 모처럼의 남북 화해 분위기 12년의 역사가 현실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그런데 원희룡 도지사가 취임한 이후 지난 10월부터 재추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실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다른 방법과 다른 방향에서 서로를 탐색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일수록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또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어떤 정책이든 여건과 시기가 중요하다고 할 때, 북한에 ‘사랑의 감귤’ 보내기는 지금이 최적기라 아니 할 수 없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하기 힘든 일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 또한 그 의의가 크다 할 것이다.
이틀 전 11월 29일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경협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보았다. 러시아산 석탄이 처음으로 북한의 나진항을 거쳐 포항에 도착한 것이다. 시베리아 석탄 4만여 톤이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km의 철도를 통해 나진항까지 운송되고, 다시 나진항에서 화물선을 통해 포항까지 운반돼 오늘 하역작업을 하고 포스코 생산시설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와 북한의 합작회사에 우리 기업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3사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 화물을 북한 나진항으로 집결시켜 나진-하산 구간 철도와 러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복합 물류 사업이다.
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이란 장기 프로젝트의 시범 사업이자 한국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실현하는 첫 사업이기도 하다.
기업 차원의 남북 교류가 단순 남북 교류의 차원을 넘어 다국적 차원으로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98년 6월 1일 소 1001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건너 북으로 보내던 장면처럼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다국적 교류가 군사적 긴장 완화에 어떤 형태의 도움이 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시기에 ‘사랑의 감귤’ 보내기 운동은 남북 긴장 완화와 화해 협력 분위기 조성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최적기가 아닌가 여겨진다.
북한에 ‘사랑의 감귤’ 보내기 운동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이어져 남북 교류협력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톡톡히 해 왔다. 남북 화해의 상징적 사업이자 인도적 사업이기도 하다. 제주도와 도민들이 지방비와 성금 등을 모아 1999년 감귤 4436t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감귤 4만8328t, 당근 1만8100t 등 모두 6만6428t 등 230억원 상당에 이른다.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는 2007년 분배 확인단을 보내 평양 창광유치원, 9·15탁아소, 평양산원 등 유치원과 탁아소에 제공된 사실을 확인한 바도 있다.
북한 감귤보내기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의 물꼬를 새롭게 트는 것은 물론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과 상호교류 국면 전환에 제주도가 앞장서서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열어나갈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인도적 차원의 교류 확대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최적의 기회라 아니 할 수 없다. ‘사랑의 감귤’ 보내기, 지금이 최적의 시기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