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어느 순간 해녀가 일본에도 있고,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도시마다 있다고 한다. 중앙부처에서는 이런 사항을 감안해 일본과 다른 지방을 거스르지 않도록 인류의 무형유산을 조용히 등재해야 한다고 했다. 해녀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 왜 그곳이 있는지 모른 체 말이다.
필자가 그토록 의정활동 내내 해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 어머니가 해녀이기 때문이다. 다 같이 어려웠던 어릴 적, 어머니께서 우리를 바라보던 환한 웃음 뒤에는 항상 고달파 보였던 물질 모습이 함께 교차하고 있어 더욱 해녀에 대해 애착이 간다.
지난 4년 의정활동 동안 해녀를 ‘제주문화의 寶庫’로 해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그 벽은 너무나 컸다. 도정에서 해녀 담당 소관부서가 1차 산업 부서이다 보니 해녀 자체를 우리 제주의 문화로 인지하기 보다는 잠수로써 하나의 직업군으로만 분류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해녀에 대해 활용과 보존을 논의할 때는 각 어촌계에 등록된 해녀 숫자 증감에만 급급하고 있고, 해녀 양성 차원의 논의만 퍼지고 있다.
더이상 해녀 숫자와 해녀 양성에 연연하지 말자. 과거 해녀직업은 제주 지역사회에서 공동체문화, 신앙, 경제문화를 유지하는데 그 중심체였지만 지금은 다양하게 세분화된 경제구조 속에 수산업의 한 부분일 뿐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관심, 구성, 역할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 동감하며, 과거처럼 당연히 유지해야 한다는 구속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해녀를 제주 문화의 표상으로 정착시켜 세계화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제주 역사에서 해녀는 지역 공동체사회에서의 역할과 멀리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생존을 위한 출가,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대항한 여성 직업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로 컨텐츠화 하고, 제주의 특수성을 세계적 특수성으로 인정해줄 때 우리 해녀가 지니는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필자가 9대 때 집행부 견제 감시 기구인 의회의 문화관광포럼 차원에서 제주 해녀문화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추진해 봤다. 외부에서 제주해녀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룬 간담회를 열어보고, 해녀 인류의 무형유산 등재 촉구를 위한 국회 공청회를 실시했고, 제주인의 삶의 표상인 해녀밥상을 소개하면서 시식회까지 했다. 이유는 우리 어머니인, 21세기 세계여성의 글로벌 아젠다인 제주해녀를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제주, 우리나라, 세계의 대표 아이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였다.
이러는 과정 중에 지난해 일본은 아마(일본해녀)를 프랑스의 대표 일간지인 르몽드지에 아마가 해녀의 원조인 것처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이미 김치, 아리랑 같은 경우 국제적 정체성을 상실할 뻔한 위기도 겪었었기 때문에 2015년 인류의 무형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들만의 리그로 남는 과오는 하지 말아야 한다.
며칠전부터 의회 문화관광포럼에서는 매그넘과 함께 하는 해녀 세계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메그넘은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로 구성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자유 사진가 집단으로 이들의 렌즈를 통해 순수 제주인, 제주해녀에 대한 미학성을 세계에 올바르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도민대표기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녀문화 세계화에 너무 조용한 도정은 깨어나라. 우리 것은 우리가 아끼고 피알할 때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처럼 이제 도정에서도 좀더 공격적인 세계화 작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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