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93% 증액 관광·스포츠는 감액
“단순 자문기구 아니” 문광위 의원들 질타
제주특별자치도가 사실상 ‘협치위원회(문화협치준비위원회·이하 문화협치위)’를 운영하면서 예산의 편성과 심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문화예술 관련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문화협치위가 내년 문화정책과 관련 사업 예산 수백억원을 손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내년도 제주도문화관광스포츠국의 전체 세출예산(안)은 917억6945만원으로 올해 786억4682만원 보다 131억2262만원(16.69%) 증가했다. 하지만 문화협치위가 활동한 제주도문화관광스포츠국 내 부서별로 예산 편성 비율이 차이를 보이면서 이들이 단순한 자문기능을 넘어 문화예술 예산을 좌지우지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올해 221억원이던 문화정책과의 내년 예산은 무려 93.1%(205억7695만원) 증가한 426억7789만원이 계상됐다. 반면, 관광정책과(10.22% 감액·159억9107만원), 관광산업과(33.16%감액·5억1604만원), 스포츠산업과(14.17% 감액·325억8354만원) 등은 올해 예산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세부사업비를 살펴보면, 올해 4억원이 편성됐던 제주학연구센터 운영비 및 연구 사업비의 경우 내년 ‘제주학 본격 운영경비’ 항목을 추가, 10억원을 추가 반영하면서 14억원이 계상됐다.
이와 함께 소멸위기의 제주어 보전을 위한 14개 사업에 신규 또는 계속 예산으로 약 17억원이 계상됐다. 올해 예산 3억9000만원 보다 440%가 증가했다. 문제는 제주어 관련 예산에 대한 명확한 산출내역이 없고, 예산 대부분이 정액으로 지원되고 있어 문화협치위원들을 위한 예산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 특히 ‘제주어 고어서체 개발 사업’의 경우 5억원이 계상됐지만 세부설명서 산출내역에는 2억5000만원만 반영되는 등 허점이 발견되면서 그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올해 6억원이 반영됐던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산은 내년 기금으로 들어가는 출연금 30억원을 사업비로 추가해 36억원이 계상됐다. 지난해 15억원, 올해 18억원 등의 예산이 불용 처리되고 있지만 새해 예산은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용범 위원(새정치민주연합, 정방·중앙·천지동)은 “문화협치위가 내년 문화정책과가 추진하는 98개 사업 400억원의 예산을 증·감액시켰다”면서 “이는 협치위가 단순 자문기구가 아님이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창남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삼양·봉개·아라동)도 “결국 문화예술분야에만 조직된 ‘협치위’가 예산을 편성·심의 하면서 무소불휘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내년 예산의 특징은 도지사 측근의 출연기관·단체는 증액되고, 그렇지 않은 곳은 대폭 삭감됐다”고 강조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