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복사’ 망신살…연구보다 직원복지에 예산 ‘펑펑’
‘용역 복사’ 망신살…연구보다 직원복지에 예산 ‘펑펑’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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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제주도 공기업의 현주소 (3)제주발전연구원

직급·보수규정 입맛대로 개정 도덕적 해이 위험수위

매년 15억 안팎 예산 못써 이월하면서 연구비는 줄여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사회·경제·산업발전·환경·문화보전, 지방행정과 관련된 제도 개선 등 제반과제에 대한 전문적·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활동을 통해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출연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제주발전연구원 설립 및 운영 조례’에 의해 1997년 공식 개원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지난 17년 간 제주개발을 위한 단기및 중·장기 정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또 지역현안과지역 경제, 환경문제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와 문화·역사·교육·도민의식·사회발전 등에 관한 정책을 개발하며 지역사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있다.

 

직급·보수규정 입맛대로 개정 도덕적 해이 위험수위

매년 15억 안팎 예산 못써 이월하면서 연구비는 줄여

 

■‘코드 인사’ 논란 여전

도내 최고 연구기관이자, ‘동아시아 최고의 지역 연구기관’을 지향하는 기관에 걸맞지 않게 ‘코드 인사’ 논란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연구원을 채용하는 것은 해당 분야 정책수요에 따라 연구 인력을 증원하게 된다. 하지만 직원의 직급과 보수 관련 규정을 연구원입맛대로 개정하면서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0년 11월 제주발전연구원은 행정실장(3~4급)의 명칭을 연구지원부장으로 변경하면서 직급을 공무원 4~5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듬해 3월에는 연구지원부장을 다시 연구지원실장으로 개정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또 다시 연구지원실장을 행정실장으로 변경하면서 공무원 3~4급에 해당하는 직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사실상 1년에 한 번씩 직제 및 보수 규정이개정된 것이다.

문제는 직제·보수 규정이 바뀐 시기와 행정실장의 퇴직·신규 채용된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면서 사실상 특정 인사의 취직을 위해연구원 규정을 제멋대로 고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정관·규정의 개정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회 이외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없어, ‘코드 인사’ 논란은 선거 때마다되풀이되고 있다.

 

■비효율적 예산 운영


비효율적인 예산 운영도 제주발전연구원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제주도의 현안과 관련,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정책대안을 개발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매년 상당한 금액이 제주발전연구원의 연구와 운영에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예산 집행에 따른 운영상에 문제점이 도출되면서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기금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가 올해 제주발전연구원에 지원한 예산(출연금)은 23억8300만원. 앞서 2012년에는 29억8000만원, 지난해에는 27억 7000만원이 각각 지원됐다. 하지만 매년 50%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이듬해로 이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3년간 이월액 규모를 살펴보면 2012년 16억2100만원, 지난해 17억5500만원, 올해 15억7100만원에 이른다.

매년 15억원 내외의 불용 예산이 이월되고 있지만, 연구 예산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5억9412만원이던

연구 사업예산은 올해 13억7780만원으로12% 감소했다.

반면 인건비 등 직원들의 복지 예산은 늘어, 같은 기간 23억9393만원에서 25억 7557만원으로 7.6% 증가했다.

이중 피복비는 900만원, 건강검진비용 지원비는 1500만원, 국외여비(국제교류·중국학술교류·해외자료수집)는 9200만원 각각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과제 정책 반영 미흡


제주발전연구원 연구과제 중 상당수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따른 대안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제주발전연구원 ‘연구과제 이력 관리카드’를 토대로 최근 4년간 연구된 과제의 정책 미반영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연구 비율은 무려 3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28건의 정책 연구과제 중 절반이 넘는 19건(67.9%)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제주발전연구원의 연구보고서가 현실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다른 용역 같은 결과 도민 ‘공분’

제주의 지역개발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 정책을 개발하고,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과 국제 비교·연구를 통한 제주현안에 대한 선제적인 대안을 제시로 도내 최고 연구기관을 자부해온 제주발전연구원이 최근이른바 ‘용역 복사’ 사태가 불거지면서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지난해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이 의뢰한 ‘지하해수를 이용한 홍해삼·전복 양식단지 사업의 경제성 용역’을 진행하면서 이중 ‘홍해삼 양식단지 경제성 분석 용역’을 보다 충실한 연구결과물 창출을 위해 한국해삼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문제는 해당 용역을 맡은 A모 책임연구원이 ‘전복 양식단지 경제성 분석 용역’을 한국 해삼연구소에서 내놓은 홍해삼 용역과 똑같은 결론을 도출해 내면서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용역 복사 파문은 지난달 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박원철)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불거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제주도는 해당 사안을 감사위원회에 의뢰,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비슷한 사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연구원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제주미래 대안 제시 역부족


최근에는 제주발전연구원 내부에서 조차 단기 수탁과제에만 치중하면서 중·장기적인 연구를 통한 제주의 미래발전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원배 제주발전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우리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을 주도 하는 등 개원 이후 지역 발전을 위해 나름의 역할에 충실해 왔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이 위탁 사업이다 보니 우리가 했다고 내세우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그러면서 “연구 사업이라는 게 단기간에 결과물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민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도민들을 위한 중·장기적인 실용학문 연구를 위해 역량을 모아 나가겠다. 이는 연구원 존립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용역복사’ 사태에 대해 박 실장은 “한 연구원의 실수로 인해 불미스러운일이 발생해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느낌”이라며 “이는 연구자 개인 문제가 아닌 연구원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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