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국주 제주도감사위원장 내정자가 제주도의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낙마했다.
김 후보자는 내정 한 달 만에 인사청문 무대에 불려나가 ‘갈지(之)자 정치 행보’니 ‘정치적 중립성 결여 우려’니 하는 이유로 도의원들로부터 집중난타를 당했다.
꼼꼼히 복기(復棋)해보면 청문회에서 새롭게 확인된 사실은 거의 없었다. 집이 여러 채 있다는 것도 단지 숫자의 문제였다. 부정한 축재(蓄財)의 산물이라는 결론도 없다.
내정 당시부터 알려진 사실들이었으니 낙마도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다. 본인으론선 억울한 측면이 많겠지만 청문회의 갑(甲), 을(乙) 구조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걸 확인해 준 청문회였다.
원 도정이 출범한 후 4번의 인사청문을 거쳐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한 경우는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이 유일하다. 에너지공사 사장은 도의회가 어영부영하는 바람에 예상외로 자리에 안착했다.
이지훈 제주시장의 중도하차를 계기로 급조된 것이 인사청문회다. 과도기적 인사 여과장치여서 미비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도의회 인사청문 과정이 도민들에게 절대 신뢰를 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나친 사생활 들춰내기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잣대를 들이 대 ‘몽니’를 부린다는 눈총도 받는다. 그렇지만 나름 공직인사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렇다면 원 도정의 ‘인사 참사(慘事)’가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의회 청문회 등 사후 검증 시스템 탓이 아니다. 원 지사와 그 주변의 폐쇄적 권위주의가 인재의 풀을 좁히고, 그 안에서 억지로 인선을 하면서 빚어진 난맥상이 화근이다.
인사를 통해 지지외연을 넓히고 도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키워나갈 것이라는 기대는 언감생심이다.
잦은 인사 잡음과 실패로 인한 피로감은 도민들 몫이다. 인사 얘기를 듣는 것조차 짜증난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혁신’과 ‘젊음’으로 상징되는 원희룡식 지방정치가 인사에만 이르면 ‘제주판 3김(金)’의 구태에도 못 미친다는 비아냥까지 자초하고 있다. 특별함과 신선함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비판의 배경에는 철저하게 ‘그들만의 리그‘로 꾸려진 가당찮은 ‘인(人)의 장막’이 있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여기서 새삼 ‘송일교’니 ‘송사형통’니 ‘○○대원군’을 거론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도 듣기 거북한 이 단어들은 끄집어 낸 것은 원 도정 출범 6개월을 앞두고 ‘정리목록’에 올려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벌어진 ‘인사 사고’의 책임을 제대로 물었다면 이들은 도정 주변에 얼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원 도정 주변에서 이런저런 인사에 개입하는 정황들이 드러난다. 장외(場外)에 있는 선거꾼들이 제주도의 각종 위원회 인선에 깊숙이 관여해 ‘이 사람은 안 되고, 저 사람은 꼭 넣어야 된다’면서 보이지 않는 완장을 차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본다.
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권력의 속성을 알고 돈의 흐름을 짚고 있어서 판을 주무른다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협치준비위 파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 도정의 천금같은 6개월을 인사난맥상으로 허비하게 하는 주역들이 이 논란을 만들었다. 원 도정의 비전과 철학이 파종만 된 상태에서 싹도 틔우지 못하고 땅 속에서 죽어가게 만드는 주범들이라는 얘기다.
원 지사의 ‘젊음과 혁신’의 진정성은 ‘인적청산’과 ‘인사쇄신’으로 확인돼야 한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나라 다스리는 일은 사람을 쓰는데 달려있다(爲邦濟於用人)’는 다산(茶山) 정약용의 가르침은 비단 국가에만 해당되는 고언이 아니다.
원 지사가 그토록 갈망하는 ‘더 큰 제주’의 출발과 종착역은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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