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하기 힘든 일은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이다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이다
  • 제주매일
  • 승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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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대학교 대학원 직업학과 교수 강순석
최근 일자리와 관련해 2가지의 주목되는 발표가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공식 실업률은 3.2%이지만 고용보조지표를 준용하면 10.1%로 3배 이상으로 실업률이 올라간다. 공식 실업자는 85만8000명이나 이 지표를 준용하면 287만5000명으로 300만명에 육박한다.

그간 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실제 실업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이러한 사정은 다른 나라들도 비슷했다. 이에 따라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10월 새로운 고용관련 국제기준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 달 통계부터 고용보조지표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공식 실업률을 보완하는 고용보조지표는 이와 같이 ILO기준을 준용한 것인데, 여기에는 아르바이트생 등 일주일에 36시간미만을 일했으나 기회가 주어지면 일을 더 할 수 있었던 추가 취업가능자 31만여명, 취업 의사는 있으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으로 분류되었던 취업준비생 등 잠재구직자 166만여명, 구직활동을 했지만 육아 때문에 당장 일을 할 수 없는 주부 등 잠재취업가능자 4만3000천여명이 포함된다.

정부가 고용보조지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고용문제가 구조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구조적인 실업문제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영세자영업자 문제 등 일자리의 질 문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들어 고용률이 올라가는 등 양적인 고용상황은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으나 국민의 체감 고용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공식 실업률에 기초하더라도 청년의 고용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올해 10월까지 월평균 통계를 보면, 경제활동참가자는 지난해 61.6%에서 63.2%로 크게 뛰었는데 그만큼 일자리가 늘지 못하면서 청년실업자는 크게 증가, 실업률은 9.2%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IMF 외환위기 직후 실업대란 때인 1998년 11.4%, 1999년의 10.1%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 20대 취업자는 362만명으로 전체의 57% 정도다. 그러면 실업자를 빼고 33.4%, 즉 20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은 비경제활동인구로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상 실업상태다. 이들은 앞의 고용보조지표 통계에 포함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고용보조지표에서는 연령별 통계는 빠져있어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청년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일자리가 복지’라는 말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이다”라는 유대인 격언도 있다. 그 만큼 일자리 문제는 우리 삶에서 절실한 문제인 것이다. 일은 먹고사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아실현, 사회적 관계 형성 등과도 연결되는 복합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당연히 일자리 문제의 해결은 국민들이 정부에 기대하는 최우선 과제가 됐다. 그간 정부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수많은 정책적 처방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정책수단은 거의 동원되고 있다고 본다. 내년 일자리 예산도 14조3000억원으로 예전에 없이 대규모다. 문제는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잘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가 공공근로처럼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대신 일자리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을 잘 찾아내고 필요한 서비스를 맞추어 줄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즉 이른바 취업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조금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른 고령화 속에서 청년층, 여성,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는 노동력의 확보, 사회복지비용 절감을 통한 우리사회의 지속 발전을 위한 우선적인 과제이기에 이들에 대한 정책에 우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하기 힘든 일을 하는 국민들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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