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받았다 뺏긴 기분이예요”
“뭔가 받았다 뺏긴 기분이예요”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4.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3개월분만 편성된 가운데
어제 유치원 원서접수 시작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건지” 영유아 둔 부모들 혼란 심해
▲ 지난 18일 경기도의 한 병설유치원 입학 추첨을 하기 위해 만 3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추첨 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와 교육청간 누리과정(만 3~5세)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공방으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내년도 어린이집 예산을 3개월분만 편성한 가운데 2015년 공·사립 유치원 원서 접수가 24일 시작됐다.

접수 첫날, 유치원 교사들은 대체로 예년과 다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각 가정과 일선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세 아들을 둔 전업주부 김모씨(36)는 유치원을 알아보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내년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확실치 않아 유치원을 보내기로 방향은 잡았는데, 병설 유치원은 만 5세반 중심이라 보낼 곳이 많지 않고 엄마들이 선호하는 사립 유치원은 경쟁률이 치열해 당첨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린이집 보육료 공방으로 올해는 유치원 쏠림 현상이 더 심할 것 같다"며 "만 3~4세 반을 받던 도남초와 신광초 등 일부 병설유치원이 올해부터 만 5세반만 운영하기로 하면서 선택의 폭이 더 좁아졌다"고 토로했다.

유치원보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어린이집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보육료 지원이 불투명한 것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더 답답한 상황이다.

이런 혼란을 반영하듯 제주지역 엄마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뭔가 받았다 뺏긴 기분이에요!" "우리도 유치원 알아봐야 하는건가요?" "일단 3개월치만 했다고는 하는데 3개월후에 추가 편성하지 않을까요?" 등 자녀의 거취를 고민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지역교육청별로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료 편성 분이 다르다보니 엄마들이 제주지역 정보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혼선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취재중 만난 일부 유치원 교사들조차 내년 어린이집 예산 배정 상황을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연동에서 20년 가까이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한 원장은 "설마설마하면서도 지원이 끊길 것을 우려해 유치원을 알아보는 엄마들이 많다"며 "특히 제주지역은 급여가 적어 보육료 지원이 안 될 경우 맞벌이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에 어쨌든 6세미만 취학전 아동의 보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어 누가 내든 학부모가 낼 일은 없는 것 같다"며 "그러나 최근 몇년새 영유아 관련 제도가 수시로 바뀌는 탓에 보육종사자들도 헷갈리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유치원 원서접수가 시작된 24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갖고 누리과정 예산 등에 대해 협의했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 했다.

앞서 제주도교육청은 재정악화와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대통령 공약인 등의 이유를 들어 2015년도 어린이집 예산 417억원 가운데 3개월 분에 해당하는 108억원을 본 예산에 편성,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