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수사 원칙 정면 위배···집회·시위 현장 확대 적용 우려
제주경찰이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사건 처리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중 절반 가까이가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공권력 권위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무리하게 구속영장 신청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7월 말 현재 제주지역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건수는 모두 157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 25건, 2009년 20건, 2010년 21건, 2011년 21건, 2012년 30건, 지난해 14건, 올 들어 7월 말 현재 26건 등이다.
그런데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건수를 두고 불구속 수사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경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신청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실제 같은 기간 법원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범 구속영장 기각률은 무려 40.1%로, 절반 가까이가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현재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의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권력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경찰이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무리한 수사로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무집행방해 사건인 경우 일단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경찰이 피해자인 사건인 만큼 감정적으로 신청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의 이 같은 원칙이 일반 형사 사건이 아닌 집회·시위 현장 등에 확대 적용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구속영장 신청을 국민의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와 재판을 받을 경우 인신을 구속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무리한 구속영장 신청은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수사 원칙을 세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