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관광객 운전허용 재고해야
중국인관광객 운전허용 재고해야
  • 제주매일
  • 승인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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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교통연구소 소장 송규진
정부는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특별법 5단계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해 국회에 상정키로 했다.

이번 개정안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단기체류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운전 허용 특례에 관한 내용이다. 법조문에는 ‘외국 관광객’으로 명시돼 있지만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규제완화다.

중국은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 일명 ‘제네바 협약’(1949)에 가입되지 않아 국제면허증 발급이 불가능한 나라다. 즉, 중국인 관광객은 자국 면허증을 소지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운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제도개선의 핵심내용은 자국의 운전면허증을 가진 중국인이 제주에 단기 체류하는 경우 1시간 안팎의 학과시험을 거쳐 90일간 유효한 임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면 렌터카에 한해 운전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방문객들의 자유여행 편의를 위해 임시면허 발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법 개정을 추진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개별 관광객 증가 등 여행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제도개선이 시급해 정부와 협의를 거쳐 개정안에 반영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렇지만 필자를 비롯해 많은 도민들은 적잖이 의아스럽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을 위해서 제도를 개선해야 사항들이 많고 많음에도 제주도민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이러한 중대한 사항을 도 당국에서 왜 포함시켰을까 하는 점이다.

또 제도 개선 신청에 앞서 지난 3월에 국회 입법조사처가 주관하는 전문가 공청회만 열고 제도 도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는지 하는 문제다.

왜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까닭이다.

현재 제주도내에서 운행되는 렌터카는 2만여대에 이른다. 지난해 렌터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394건에 사상자수도 652명에 달한다.

심각한 것은 보행자 사고 피해자는 대부분 제주도민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 관광객에게 운전을 허용하는 것은 자칫 제주도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도민들은 필자의 이러한 생각에 동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에 체류하면서 렌터카를 운전해야만 관광 상품의 질이 높아지는 것인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차라리 대중교통인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관광 상품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자유여행을 원하는 중국인들에게 제주의 문화와 제주인의 일상생활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제주관광의 질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올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250만명을 넘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제주에서 중국관광객들의 무질서한 교통법규 위반을 일상적으로 보고 있다.

무단횡단은 이제 예사 풍경이다. 자국에서 이미 몸에 베인 습관이 제주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에 관한 문제점을 수없이 지적하고 있다.

교통안전의식이 낮은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풍경이다.
세계안전도시인 제주에 사는 도민들이 자신들의 일상생활 공간인 도로에서 예상치 못한 불안한 상황과 자주 맞닥뜨린다면 이는 분명 불행한 일일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절차에 대한 곤혹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임시운전면허증 발급 조항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되도록 해야 한다.

도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제주도 당국의 의무일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렌터카를 운전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동안 도민들은 교통사고에 대한 두려움에 항상 긴장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더 불안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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