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든 공기도 좋고 물도 좋은 이런 곳에서도 사람답게 사는데 적어도 3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첫째는 거주환경이요, 둘째는 일이고, 셋째는 이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것이 이웃이다. 거주환경과 일은 자기가 예측하고 결정한 일이지만 이웃은 ‘외생변수’다.
서울처럼 거주지가 접한 이웃이 아니라 진정으로 정이 오갈 수 있는 공감이웃이 중요했다. 하지만 어렵다. ‘해녀할망’의 속사포 같은 제주어 앞에선 귀로 듣는지 코로 듣는지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는 이웃이 될 수 없다.
필자와 같은 이주민들은 지역 지리 적응과 오래된 집 개보수를 시작으로 어색한 읍사무소 출입과 행정서류준비에, 아이들 학교 적응까지 헤아려 보려면 피곤한 하루가 아닐 수 없다. 고단한 이주생활은 이웃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웃간의 문제로 적응에 실패하고 유턴한 이주민도 꽤 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래서 문화생활이 필요함을 직감하게 됐다. 삶의 질적 만족감을 제공, 이주-정착 생활에 활력이 되는 문화가 있고 그 안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자존감 높은 만족을 찾아줄 수 있다면 ‘한국 같지 않은 한국’ 제주에서 ‘원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웃으로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란 믿음이었다.
서로 다른 문화들이 접촉하여 서로 간의 문화 요소가 전파되고 새로운 문화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문화접변(acculturation)이라 한다. 이러한 문화접변을 통해 문화변동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혼종의 문화(hybrid culture)가 탄생하게 된다.
제주의 토속문화를 배우는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주민과 원주민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기회로서 미술과 음악은 매우 성공적인 문화사업일 수 있다. 혼종의 문화가 만드는 놀라운 화학적 결합력이 화합도 만들어 줄 것이다. ‘친해지려면 함께 밥을 먹어라’라는 말처럼 함께 문화예술을 느끼고 즐기게 되면서 “문화는 인간 사고와 표현의 뛰어난 정수”라고 했던 매슈 아놀드(Mathwe Arnold)의 정의를 공감할 때 연대감 형성은 이주민의 지역주민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예술은 지역과 정서를 떠나 모두의 마음에 울림을 만들어 내는 매우 강력한 동력원으로서 그 역할은 이미 많은 사례로 증명된 만큼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공연을,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공연으로 해보자” 그래서 지난 3월29일 ‘바당1미터’ 카페에서 시작했다. 재즈트리오 ‘허소영·유승호·정재영’과 제주어노래팀 ‘뚜럼브라더스’를 시작으로 매월 다양한 계층의 아티스트들을 초청, 이주민과 지역주민을 초청한 공연을 벌여오고 있다. 특히 이번 11월21일엔 멀리 파리에서 활동 중인 프렌치 팝 재즈 팀 ‘미선 레나타 & 퀸텟’의 초청공연이 열려 기대가 크다.
코앞이 바다라서 ‘바당1미터’ 카페는 회를 거듭하면서 공연문화의 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좀 더 심도 있는 문화교류 차원에서 다양한 콘텐츠 도입을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음악 외에 미술·공예·사진·요리 등 다양한 문화 도입을 위해 비영리문화예술법인 ‘제주예술동행’ 설립했다. 실력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초빙, 재능을 나눔으로써 이주민의 정착에 동기가 돼주고 지역민들에겐 다양한 문화활동의 기회를 제공,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믿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쎈’ 사람들이 산다던 척박한 구좌에서 ‘쎈’ 꿈을 꾼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주민이 늘고 원주민화가 되면서 구좌의 문화가 ‘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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