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는 온통 라일락과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하고 연초록 잎사귀마다 비치는 햇살은 구슬처럼 영롱하다. 그래서 시인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이름을 지었나 보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계절의 아름다움을 선물을 주었듯이 우리도 챙기고, 돌보고, 다독여야할 것들이 가장 많은 달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해마다 찾아오는 5월은 어린이날(5일), 어버이 날(8일), 성년의 날(16일), 부부의 날(21일)등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가정은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며 중요한 사회지지망이다.
가정이 안정되지 못하고 무너지면 우리의 미래도 함께 무너진다. 가정이 상처입고 흔들리면 아이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 가정이 병들면 가족 모두가 상처를 입어 환자가 되고, 가정이 해체되면 우리사회를 위기로 몰아간다.
이런 의미에서 5월은 가족끼리 서로 사랑을 건네고 소중함을 확인하고 축복해 주어야 하는 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가정의 위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끔직한 사건과 가정폭력 등이 연이어 발생하여 ‘가정의 달’에 어울리지 않는 반인륜적 패륜범죄가 넘쳐나고 있다.
이혼율의 증가로 대변되는 가족의 해체, 가족간의 우애와 사랑의 상실, 아동 및 노인학대, 청소년 자살 등 우리사회의 가정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아동학대의 경우 부모에 의해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아이들이 한해 5천여명을 넘는 등 급증하는 추세이다.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노인학대 역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노인들이 가족들에 의해 폭언과 폭행, 방치하는 것은 물론 아예 유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밖에 가족해체로 연결되는 이혼율은 세계3위, OECD 회원국 중 2위라는 불명예를 얻은지 이미 오래고, 청소년 자살 역시 청소년 사망원인 중 교통사고 다음을 차지할 정도다.
이 모두는 1960년대 이후 고도경제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급격한 사회변동 과정 속에서 생성된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지금 우리사회는 물질적으로 풍부해졌지만 배금주의가 만연하여 전통적 가정윤리였던 부자유친(父子有親), 장유유서(長幼有序), 부부유별(夫婦有別)과 같은 가치관이 퇴색하고 자신이외에는 가족조차 배려않는 이기주의가 깊어지고 있어 가정문제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해진다.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종합적인 가족치유시스템을 구축, 가족해체를 방지하고 이혼을 예방하며, 가정의 기능을 회복시켜기 위한 국가나 사회의 적극적인 대처와 노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복잡하고 다양한 가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족구성원 모두가 서로 가족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신록이 짙어가는 5월에 다시 한번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 광 래<제주관광대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