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은 보편적 가치를 지난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들을 발굴하고 보호·보존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972년 제17차 UNESCO 정기총회에서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인간의 부주의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세계유산위원회가 매년 6월 전체회의를 열어 여러 국가들이 신청한 유산을 대상으로 선정하며 특성에 따라 자연유산·문화유산·복합유산으로 분류된다.
세계 각국이 세계유산의 등재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보전이란 원래 목적과 함께 부수적인 효과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모든 유산은 특정 국가 또는 민족의 유산을 떠나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자산임을 ‘공인’ 받음으로써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 관광객 증가와 이에 따른 고용기회 확대 및 수입 증가 등 지역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61개국에 문화유산 799점·자연유산 197점·복합유산 31점 등 1007점의 세계유산이 등재돼 있다. 이탈리아가 50개로 가장 많고 중국 47개, 스페인 44개, 독일41개, 러시아 26개로 9위, 일본은 18개로 12위이다.
한국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석굴암 불국사, 창덕궁, 수원화성,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남한산성 등 11개로 22위이다. 북한은 고구려 고군분 등 2개다.
한국의 자연유산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제주는 여기에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을 묶어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11년 11월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되며 ‘훈장’을 하나 더 추가했다.
도내 자연유산 가운데 한라산은 제주도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4000여종의 식물 가운데 2000여종의 관속식물과 4000여종의 동물이 서식하는 살아있는 생태공원이다. 정상부 구상나무 숲은 세계 최대 규모다.
성산일출봉은 약 5000년전 얕은 바다에서 올라온 뜨거운 마그마와 물이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분출돼 쌓여 형성된 화산체로, 침식작용으로 화산재가 겹겹이 쌓인 퇴적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경관은 물론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환경부 법정보호식물인 풍란 등 희식종 식물도 서식한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에서 수차례 분출한 용암이 13㎞ 떨어진 해안까지 흘러가는 동안 만들어낸 벵뒤굴·만장굴·김녕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 등 용암동굴 무리다. 용암함몰구와 수직동굴 화산탄 등 화산활동 흔적이 잘 남아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곶자왈이라는 생태계의 보고를 품고 있어 생태학적 가치도 높다.
그런데 제주의 자연유산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곶자왈을 추가로 지정, 효율적으로 보전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세계자연유산보전연맹도 “제주도의 다른 중요한 용암동굴계나 화산적 특징을 추가로 세계유산으로 지정할 것” 등을 제주도에 권고하고 있다.
제주 면적의 6% 차지하는 곶자왈의 경우 사유지 60%와 국공유지 40% 등 사유지 비중이 높다보니 골프장 등의 난개발로 숨을 쉬어야할 곶자왈이 흙과 잔디로 뒤덮히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개발을 위해 잘려나가는 식생들로 인해 ‘제주의 허파’ 역할을 상실함은 물론 중산간 지역에 비만 오게 되면 지하로 빗물이 스며들지 못해 홍수의 직접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제주의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생태계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따라서 제주형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등을 전개, 다음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재심사시 반드시 세계유산 목록에 추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