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들이 손짓하면 뛰어가는 우리, 호칭은 ‘엄마’
하루 7시간 일하고 108만원…방학 중엔 무임금
교사들이 손짓하면 뛰어가는 우리, 호칭은 ‘엄마’
"세시 반에 끝나고 방학엔 쉬잖아요. 처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만족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한 달을 꼬박 일하고도 한 달을 살 수 있는 돈이 나오지 않아요."
얼마 전부터 제주도교육청 정문앞에서 자주 보는 사람이 있다. 동광초 급식보조원 박인수씨(47)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 선택한 '급식보조원' 자리가 지금은 걱정거리를 안겨다 주는 '애물단지'가 됐다.
6년차 급식보조원 박씨의 하루는 7시30분 집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급식 재료가 들어오면 재료를 창고로 옮기고 손질하고 썰고 조리하는 일에서부터 설거지와 홀 청소까지 모두가 급식보조원의 업무다. 이렇게 한 달을 일해 받는 돈은 평균 108만원. 시간당 5950원이다.
지난해 학교 비정규직 급여체계가 연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급식보조원'만 시급제로 남게 됐다. 그래서 급식보조원들은 여러 이름의 수당에서 제외됐고, 비정규직 가운데 가장 열악한 직종이 됐다.
박씨들은 급식실에서 '엄마'로 불린다. 마땅히 불릴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토하거나 음식물을 쏟으면 교사들은 손짓으로 박씨들을 불러 치우게 한다.
'급식보조원'이라는 직종은 제주에만 있다. 타 지역에서는 이들을 '조리원'이라고 부른다. 지난 7월 발간된 교육부의 '학교회계직원 실태조사 및 분석결과'에 따르면 육지부 조리원의 급여는 기본급 145만여원, 교통보조비 6만원에서 출발한다. 급여의 폭이 150만원에서 170만원까지니, 제주도 급식보조원은 이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매달 40만원에서 60만원까지 덜 받는 셈이다.
박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급식보조원들의 급여가 예전보다 올랐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평범했던 주부 박인수씨는 지금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주지부장이 됐다.
현재 동광초 급식실에는 정규직인 영양교사와 위생사를 제외하고 11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10명이 박씨와 같은 시급제 급식보조원이다. 그리고 제주도 전체는 2378명의 학교 비정규직이 있고, 이 가운데 1031명이 학교급식 계통에 종사하고 있다.
오는 20일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앞서 예고한 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석문 교육감은 당선 전인 지난 5월 학교비정규직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급식보조원에 대해 "타 지역과 비교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도교육청과 노조가 어떤 접점을 찾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