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의료·수술비 등 지원
사회공헌 인정 ‘아너’ 대상
“나눔은 억지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싶으니까, 하다 보니까, 마음이 가니까 하는 것입니다.”
고추월(76) 월자포장·제지 대표는 자신의 나눔 철학을 이 같이 밝혔다.
고 대표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학비 지원 등 남다른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탁하면서 도내 아너소사이어티 ‘10호’(전국 256호)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1억원을 기부하는 등 그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한 금액만도 2억6300만원에 이른다.
고 대표는 최근 서울 63빌딩서 열린 ‘제5회 아너소사이어티 총회’에서 ‘아너’ 대상을 수상했다. 전국에서 올해의 ‘아너’ 대상 수상자는 고 대표를 포함해 2명. 어려운 이웃들과 학생들을 위한 그의 사회공헌 활동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고 대표는 과일 장사를 하던 때 감귤박스를 만들던 것이 계기가 돼 1984년 ‘월자포장’을 설립했다. 1999년에는 ‘월자제지’ 신설로 사업을 확장했다. 폐지로 종이를 만들고, 그 종이로 감귤박스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때 부모와 고향 제주로 왔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아버지를 돕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고 대표는 “출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할 뻔 했다”며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졸업했다”고 밝혔다.
“당시 선생님이 학비도 대주고, 졸업장도 받을 수 있게 도와줬다”며 “너무 고마워서 나중에 성공하면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고 대표는 1996년 은사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고 대표는 대신 모교인 제주여중에 1억원을 ‘추월장학금’으로 기부하면서 선생님의 은혜를 갚았다. 그의 나눔은 이렇게 시작됐다.
“예전의 나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못 다니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장학금 기부를 시작했다”며 “가난한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것이 당시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이후 제주대학교 발전기금, 제일중학교 육성기금, 근로자 자녀 장학금 등 학생들을 위한 기부활동을 꾸준히 전개했다.
특히 2004년 사대부중 김 모 학생, 2006년 대정여고 임 모 학생 등 수술·의료비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흔쾌히 성금을 전달했다.
고 대표는 “예전에 병원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던 고등학생을 도와준 적이 있는 데, 결국 그 학생은 사망했다”며 “이때부터 학생들에게 수술?의료비를 지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도내 학생들 뿐 아니라 베트남 모 중학교에 1000만원 상당의 선풍기를 전달하는 등 외국 학생들을 위한 기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 대표는 “도움을 줬던 학생들에게서 매년 편지와 과일 등이 올 때 가장 뿌듯하다”고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제주매일 윤승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