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어디를 가든 가을은 축제로 가득하다. 이 계절 제주는 바삐 전해야 할 이야기가 언제나 있는 곳이다. 축제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에너지로 기운을 받아낸다. 새롭거나 재미있거나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축제다.
불행하게도 우리 시대의 축제는 새롭지 않으며 재미있지도 않고 의미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 되어 버린 상태다. 심지어 이것이 귀찮은 행사쯤으로 여겨진다는 것은 커다란 불행이다. 바쁘다고 내다보지 않았던 축제들도 많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축제 형식, 어디선가 있을 법한 비슷해져가는 축제장 모습, 도식적인 진행방식으로 대중은 무감하게 축제장을 둘러본다. 아이디어의 빈곤으로 흥을 잃어버린 축제장 역시 썰렁하다. 혹시나 놓치는 것이 있을까 둘러보는 축제도 그들만의 축제가 된 듯 동력을 잃고 의미는 잊혀져가고 있다.
제주에 맞는 축제의 원형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제주의 전통을 품고 이 시대 어우러지는 축제는 진정 없는 것인가. 불균형한 관계를 균형적인 관계로 만들어가고 본래의 뜻을 잃지 않고 축제 의미를 확장시켜나가는 그런 축제는 없는 것일까 하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여유가 있는 부족사람들은 축제에 돼지를 몇 마리씩 내놓는 남태평양 섬 옛 파푸아뉴기니, 이곳은 기증된 몇 마리의 돼지로 마을에서 존중을 받고 명예로움을 갖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가난한 자들은 불균형해진 재화를 채우는 기회를 갖게 된다.
부자는 비워내고 새롭게 시작한다. 불균형한 세상을 흔들어 털어내고 다시 채우는 의식, 그것이 축제였음을 남태평양 작은 섬의 원주민들이 문화가 축제의 의미를 말한다. 축제라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서 재화를 서로 나누고 덜어내고 채움으로써 활력을 주는 것이다. 제로(zero)에서의 시작,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힐링이 바로 축제의 의미임을 말해주고 있다.
오래지 않은 제주의 근대 역사 안에서도 이런 의미가 있었다. 축제는 서로 나누고 덜어내는 비워내는 행위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제주 옛 풍속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마을굿 하나에도 뜻이 담겨있었다. 몸도 마음도 하나 되는 의식, 제대로 된 제주 축제의 원형은 인간의 삶의 변화와 함께 변화하였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색이 확실하던 제주다. 각박해지는 제주사회에 파고드는 급격한 변화 불균형을 예전의 돼지 몇 마리로 해결하여 덜어내는 수준을 운운하기에는 턱도 없는 시대다. 제주의 산하가 피폐해지듯 본래 축제의 의미는 자본에 소용돌이에 잊혀지고 있다.
문화 파괴의 현장은 70년대 스케일과는 사뭇 다른 크기를 자랑한다. 기력을 잃어버린 마을마다 삶은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힘없이 자본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희미해진 정체성 그 동력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 생각하자. 그 방법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제주의 축제에 우리의 정신 그 동력을 담아내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시대 삶의 찌꺼기를 한바탕 털어내고 가야하는 것이 제주의 축제여야 한다. 진정한 힐링, 비움의 장소가 축제장 이곳이여야 한다. 우리의 축제가 ‘그들만의 잔치’는 아니었을까 반성해야한다.
주제의식, 그리고 목표를 분명히 하자. 이것은 지향하고 있는 바 그 정당성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해마다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일을 해야 한다. 정말 어려울 때 잘 해내다가 어느 정도 지원이 되면 정신을 놓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늘 하던 방식, 그것은 훌륭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기존조직에 대한 도전도 아니다. 새롭게 추구하는 의견이 조율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 가야 한다. 폭넓은 의견 수렴과 자기 반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다른 시각에서의 비판도 인정하고 다듬어 가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야 덜어내고 채우고 비워내는 ‘제로’ 상태의 축제, 힐링 제주의 축제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