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 권한 강화의 의미와 과제
행정시 권한 강화의 의미와 과제
  • 제주매일
  • 승인 20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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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고정식
제주특별자치도가 4개 시·군 통합 이후 9년차를 맞고 있는 지금, 특별할 줄 알았던 특별자치도가 겪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행정시 권한 강화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민선4기가 끝나자마자 이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했다. 민선5기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약속하는가 하면 행정시장 직선제 공약도 제시됐다.

그 이유는 첫째, 중앙으로부터 제주로 이양된 권한을 독점하고, 기초자치단체의 권력까지 삼켜버린 ‘제왕적 도지사’를 정점으로 하는 현행의 기형적인 행정체제였다. 둘째,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은 사회 각 부문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며, 산남·북 균형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특별자치도’라는 밥을 허겁지겁 먹은 탓이었을까. 도민여론이나 언론 등은 ▲인사·예산권 독점 ▲특별법 제도개선 과정에서 일방통행식 행정 ▲감사위원회 권한의 도지사 소속 ▲행정시장 위에 군림 ▲소규모 사업, 주민숙원사업 예산들을 거머쥔 권력남용 ▲개발이나 투자유치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 ▲의회, 도민과 소통 부재 등에서 ‘제왕적 도지사’로 낙인을 찍었다.

이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데 이제 도민적 합의가 모아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도의회가 실시한 도민인식조사에서 60.1%가 ‘행정시 권한을 강화를 우선 실시하고 그 성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39.9%)도 무시할 수 없는 의견이었다. 특이한 것은 제주시 읍면지역(72.2%)에서는 행정시 기능강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고, 서귀포시 동지역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59.5%)을 더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민선6기 도정에서도 7대 핵심과제와 56개 일반과제로 나눠 행정시의 기능을 강화하고 기능을 개선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 7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 예산편성·집행권 보장, 둘째 조직·인사권 확대, 셋째 자치법규 발의 요청권 부여, 넷째 각종 위원회 설치, 다섯째 자치경찰 실시, 여섯째 읍면동지역 기능 활성화, 일곱째 행정시 권한 강화 지원체계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제주자치도특별법에서 부여된 도지사의 고유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에서 조속히 추진해야 할 일들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몇 가지 토를 달아보자. 행정시에 배정된 예산에 대해 맘대로 편성과 집행을 하라고 하지만 배정 예산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조직·인사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갑과 을의 관계에 놓여 있는 도와 행정시의 관계인 점을 감안한다면 인사권 독립이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시가 필요로 하는 자치법규 발의 과정도 너무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민선6기 들어 처음 실시한 행정사무감사 현장에서 행정시는 밀착형 농정시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농업기술센터 이양을 원하고 있었다. 또한 광역화된 상하수도 업무 역시 읍면동에 접수되는 민원이 많아 주민불편 해소와 행정의 신뢰성, 효율성을 위해 이관해줄 것을 바라고 있었다. 이외에도 일선 행정의 불편한 사항을 개선하고자 하는 행정시, 읍면동의 기능과 역할 강화에 대한 ‘을’의 요구를 ‘갑’의 입장인 도에서 모르지 않을 것이다. 기꺼이 내려놓을 만하다.

더 중요한 것은 행정시 역시 주어진 권한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행정시장의 권한이 “도청 과장만도 못하다”는 푸념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행정시장을 임명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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