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4000만원 투입…밑빠진 독 물붓기


서귀포시는 12일 이중섭 거리 일대에 이중섭 작품을 형상화한 가로등 33개에 대해 강한 바람에 약하고 조도가 낮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문제가 발생해 올해 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사업비 4억4000만원을 들여 전부다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오는 28일 이중섭 거리 가로등 경관심의를 한 후 오는 12월 10일 이전에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해 내년 2월 교체 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서귀포시는 야간 경관 특화지구 조성사업의 목적으로 이중섭 작품을 형상화한 가로등을 2008년 10개(3억900만원), 2010년 23개(3억9800만원) 등 모두 33개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중섭 거리에 설치된 가로등은 인근 주민 등이 가로등 본래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서귀포시는 2011년과 2012년에 태풍의 강한 바람으로 인해 가로등 7개가 파손돼 7576만원을 들여 교체·정비했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제주도 건설사업 안전 및 품질관리실태 감사결과에서 순간최대풍속 기준 충족을 확인하지 않고 설치돼 2011년과 2012년 태풍 피해로 인해 가로등 7개가 파손돼 7576만원을 사용하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설치된 가로등 중 일부는 이중섭 작품을 제대로 형상화하지 못해 ‘위작’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서귀포시는 지난 4월 이중섭 거리에 설치된 가로등에 대한 구조 안전성 검토 용역 결과 가로등의 크기가 커 위험,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 때문에 서귀포시는 주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다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교체와 정비를 반복하며 혈세를 낭비하는 ‘행태’을 보였다.
이와 관련 김용범 제주도의회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정방·중앙·천지동)은 지난 5일 서귀포시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중섭 거리는 새로 포장한 도로와 가로등 밖에 없다”며 “이중섭 거리가 잘 됐다고 생각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최근 이중섭 거리 인근 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문제가 된 가로등은 전부 교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매일 고권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