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제주해녀 물질땐 카리스마 넘쳐"
"84세 제주해녀 물질땐 카리스마 넘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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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알란 하비 "어촌계 돌며 해녀들과 교감"
"한국역사 순간의 기록…연내 사진집 발간 예정"

"제주해녀는 제주여성의 강인함을 상징합니다. 제주해녀가 사라지고 있어 정말 아쉽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로 구성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자유 사진가 집단인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에 소속된 데이비드 알란 하비(사진)는 12일 낮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주해녀의 문화적 가치를 사진집으로 발간하고, 웹사이트 개설을 통해 국제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문화관광포럼(대표 이선화)의 ‘해녀 세계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 제주에 찾았다. 그는 그동안 우도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하도리, 성산읍 고성리 등에서 제주해녀의 모습을 담아왔다.

그와 제주해녀와의 만남은 꼬박 3년이 걸렸다. 하루라도 빨리 제주에 찾고 싶었지만, 일정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그다. 그는 첫 섭외를 받았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그 역시 인생의 대부분을 바다와 섬에서 보냈기 때문에, 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섬 출신 사람들을 보면 동질감을 느낄 정도라고.

“사진을 찍기 전 어촌계를 여러 번 찾아 해녀들과 교감을 가졌죠. 해녀들이 마음을 열고나면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사진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렌즈에 담길 대상자와의 교감이 중요하죠. 나는 전문가들이 쓰는 카메라인 DSLR을 쓰지 않고, 일반인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미러리스를 사용합니다. 대상자들에게 위압적으로 보여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 찍은 사진은 모두 미러리스로 촬영한 것들입니다.”

제주해녀를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모든 장면이 인상 깊었지만, 우도에서 있었던 일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84세의 해녀가 다양한 장비를 들고 겨우 겨우 바다로 가고 있었는데, 물에 들어가자 180도 변신했단다. 물질을 하는 모습이 너무 카리스마 있었다는 얘기다. 또한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다이빙을 서슴없이 한 점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제주해녀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사진을 50년 이상 찍었어요. 해녀들도 대부분 50년 이상 물질을 했고요.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은, 한국역사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굉장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겁니다.”

그는 오는 23일까지 촬영을 마무리 한 뒤 24일 출국한다. 올해 중으로 사진집이 발간되고, 제주해녀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도 개설될 예정이다.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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