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초창기 환경 서귀포층에 화석형태로 남아있어
77종 연체동물 화석… 빙하성 해수면 변동 영향 증거
▲서귀포층은 왜 중요한가?
신생대 제4기라는 지질시대는 ‘인류의 시대’이자 ‘빙하의 시대’라고 한다. 지금부터 약 200만년 전부터 시작됐다. 제주도는 화산섬으로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우리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시 우리나라와 제주도 주변의 환경은 어떠했을까하는 것이다. 그 유일한 증거가 서귀포층이다. 왜냐하면 당시인 제4기 초에 형성된 지층은 우리나라에서는 서귀포층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의 환경을 알기위해서는 과학적인 증거가 필요한데, 서귀포층의 퇴적층과 패류화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서귀포층을 연구함에 의해서만이 당시 우리나라 주변에서 고환경 변화를 알수 있는 것이다.
화산섬인 제주에서도 몇군데에서 화석이 산출된다. 이곳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을 비롯하여 신양리층의 해안성 화석, 송악산 하모리층의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 우도 쇠머리오름의 갈대화석이 보고됐다. 이중에서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해양성 화석이고, 나머지는 모두 화산성 화석이다.
일반적으로 화산활동 중에는 화석의 산출이 불가능하다. 화산재와 1000℃가 넘는 매우 뜨거운 용암이 연속적으로 분출되는 환경에서 생명체가 화석으로 남아있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화산활동 중에도 화석은 만들어진다. 하모리층의 사람발자국을 비롯한 신양리층, 쇠머리오름의 갈대화석은 수성화산활동의 산물인 응회암이 부스러기가 해안에 쌓이면서 당시에 살고 있었던 다양한 생물의 흔적들이 화산재층 속에 묻혀서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화산섬 제주’의 지질역사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화산섬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서귀포층은 바닷속에서 살고 있었던 조개를 비롯하여 당시의 바다 생물들이 통째로 화석화돼 있어 매우 흥미롭다. 물론 서귀포층의 배후에는 현무암질 화산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서귀포층 패류화석의 퇴적양상은 해양성을 반영하고 있다.
제주도라고 하는 섬이 최초 대륙붕 상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면 그 초창기의 모습은 올곧게 서귀포층 속에 남아있을 것이리라. 이것이 서귀포층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1968년에 우리나라에서 화석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층의 현무암 알갱이 이야기
서귀포층을 만든 바다 퇴적분지의 환경은 전체적으로 수m 또는 수십m의 얕은 바다였다. 산출되는 화석은 패류라고 하는 연체동물 화석을 비롯하여 완족류, 유공충, 개형충, 해면동물, 산호, 성게류, 만각류, 상어이빨, 고래뼈와 다양한 생물흔적 화석이다. 화석을 포함하고 있는 퇴적물은 조개껍데기와 같은 해양성 동물의 유해로 이루어진 조개 모래이다.
특히 퇴적물에는 동글동글한 현무암 알갱이와 화산재가 층리면을 따라 분포돼 있는 것이 관찰된다. 이는 실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인데, 당시 서귀포층이 바닷속에서 쌓일 때 그 배후에 육지 환경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속 수심 수m 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수심을 제거했을 때 해안선과 함께 육상으로 이어지는 해안지형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수심 몇 m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육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퇴적물이 쌓이는 곳인 바닷속의 퇴적물을 조사하면 그 배후인 육지의 환경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서귀포층의 화석층을 구성하고 있는 퇴적물의 공급처가 육지이기 때문에 제주도 형성 초기의 육지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
서귀포층의 퇴적물 속에는 현무암 알갱이와 화산재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이로써 당시 지금부터 약 100만년 전인 서귀포층이 만들어지던 제주도 형성 초기에도 제주도의 육상에서는 지금과 같은 현무암질 용암류와 화산재를 내뿜는 활발한 화산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귀포층의 특징적인 패류화석
서귀포층에서는 77종의 연체동물 화석이 동정됐다. 조개 화석은 주로 얕은 바다에 사는 난류종(暖流種)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한류종(寒流種)과 절멸종(絶滅種)도 포함돼 있다. 특히 한류종이 서귀포층에 분포하는 것은 빙하성 해수면변동이 이 시기에 제주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즉 당시에 제주 주변에는 지금과 같은 쿠로시오 해류뿐만 아니라 동해로부터 차가운 해류도 흘러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기의 화석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서귀포층이 오랜기간에 걸쳐 퇴적됐고, 그 다양한 기록들을 모두 퇴적층과 화석에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징적인 절멸종의 패류화석은 ‘북륙가리비’이다. 이 종은 일본의 대표적인 옴마-망간지 동물군 중의 하나이다. 현재 동해에 서식하고 있는 가리비와 비슷한 종이다. 서귀포층의 북륙가리비는 크기가 최대 20㎝로 매우 크다. 100만년 전 제주 바다에는 이렇게 큰 가리비가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이 종은 비교적 따뜻한 해류에 적응한 종으로서, 현생 가리비와는 생태가 다르다.
또 다른 특징적인 종은 ‘밤색무늬조개류’이다. 이 종은 서귀포층 중부에서 다량으로 산출되는 종으로 따뜻한 해류에 사는 종이다. 패류화석의 산출양상으로부터 서귀포층은 전체적으로 현재와 비슷한 따뜻한 해류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었으나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전세계적인 빙하의 영향을 받아 한류종도 유입됐던 것이다.

'제주송곳고둥' 연대 측정 결정적 단서
서귀포층은 시준화석 송곳고둥 모식지
신생대 제4기 초약 100만년전에 형성
▲서귀포층의 지질연대
과거 제주에서 출판되는 지질관련 서적에 보면, 제주도 형성시기를 250만년, 혹은 350만년 전의 플라이오세 후기라고 쓰여진 것이 많았다. 이는 한마디로 서귀포층의 화석에 대한 지질연대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최근 모든 자료들은 제주도가 제4기 플라이스토세에 속하고, 서귀포층의 연대는 약 100만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지질학적 조사자료로서 지상이나 지하에서 이보다 더 오래된 암석 자료는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서귀포층은 시준화석인 ‘제주송곳고둥’의 모식지라는 사실이다. 시준화석은 시대를 결정하는 화석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연체동물 화석중에서 시대를 결정하는 화석은 두가지인데 제주송곳고둥은 그중 하나이다.
서귀포층에서 산출되는 화석의 이름인 학명에 제주라는 명칭이 포함되어 있다. 이 화석은 고둥의 진화함에 따라 고둥에 새겨진 띠(rim)의 숫자와 간격이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송곳고둥은 그중 가운데 부분의 진화 정도를 보이는 종으로서 특징적이며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이 화석이 나오면 그 층의 시기는 서귀포층과 동일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송곳고둥의 지질시대는 신생대 제4기초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서귀포층의 형성시기는 신생대 제4기초인 약 100만년 전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