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친환경 비료를 공급하면서 농민들에게 덤터기를 씌웠음이 드러나 그 도덕성이 의심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농협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농민을 위하여 농민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이 아닌가. 그런 농협이 오히려 주인인 농민들 위에서 군림하려 들고 농민에게 불이익이나 안겨주고 있다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회 김병립 의원이 밝힌 것을 보면 친환경 비료로 각광받고 있는 임상배합비료(Bulk Blending, BB비료) 공급에 따른 토양분석과 시비처방에 있어 농민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토양분석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BB비료란 농사짓는 땅의 상태에 맞춰 성분을 다르게 만든 주문형 비료, 또는 맞춤형 비료를 말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토양검정기관에서 정밀 토양검사를 한 다음 작성한 시비처방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농협은 이를 무료로 해주는 도농업기술원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하지 않고 간이 토양분석 기구를 이용함으로써 토양분석비를 농협이나 비료공장에서 자체수입으로 잡고 있다는 것. 토양분석비는 비료값에 포대당 300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농민들은 2000년 이후 22억 원의 추가 부담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농민들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억울하게 당한 셈이다. 어떻게 농협이 농가를 챙기기보다 농민들의 어두운 실정을 악용해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는 데만 급급할 수 있었을까.
농협중앙회 지침도 농촌지도기관에 토양분석과 시비처방서 발급을 의뢰하도록 돼 있다는 데 이를 어기면서까지 농가부담을 가중시킨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농협은 구차한 변명이나 하려 하지 말고 진정 농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 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