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는 방목장의 지형 즉, 어떤 장소 또는 방향 등을 기억하는데 특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능력은 오랜 세월 동안의 야생생활에서 얻어진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제주마가 살아남기 위해서 먹을 수 있는 풀이 있는 곳, 또는 마실 물이 있는 곳을 기억하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제주도의 중산간은 강우량 예측이 불가능하나 말들은 미리 알아서 건천(乾川)의 범람(氾濫), 태풍, 눈보라 등과 꿀벌(벌통), 뱀(독사), 주얼이(큰 파리로 말과 소에 피를 빨아 먹음)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어느 곳으로 피신해야 안전한 것인지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심하게 다쳤던 곳이나 동물로부터 공격받았던 곳도 잘 기억한다.
어떤 사람이 말에게 다가서서 맛있는 것(당근이나 각설탕 등)을 입에 넣어주었다면 다음에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나면 그 맛있던 것을 생각하고 무엇인가 또 줄 것을 기대하며 반응을 보이나, 불쾌한 냄새(마늘, 화장품 등)가 나는 음식물을 먹고 난후 거칠게 말(승마할 때)을 다루었다면 다음에는 이런 냄새가 나는 사람에게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말이 무엇을 어떻게 잘 기억하는가 하는 문제는 사람에서와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서 중요한 사건, 행복했던 일 또는 즐거웠던 시절 또는 고통스럽거나 놀라는 등의 특수한 상황 등을 잘 기억하는 것이다.
제주마는 말테우리의 목소리를 잘 기억하여 행동을 한다. 즉 “와아아·····”는 정지하라 또는 조용히 하라, “허어어·····”는 출발하라 또는 앞으로가라, “어려려려려 어려려·····”는 천천히 가라, “어르르 럴렬 어흐 어헐허량·····”은 제주마들이 겨울에 마사나 휴한지에서 지내다가 봄철이 되어 몰고 먼 길을 갈 때 반복하면서 이 소리를 해주면 작년에 내려왔던 방목장으로 길을 따라가는 것도 어미와 함께 망아지 때부터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들의 기억능력은 개개의 말에 따라 다르다. 이것도 역시 사람에서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말들 각자의 기억능력을 판단하기는 곤란하다. 그렇지만 말이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기억한다는 것에 대해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중요한 것들은 더 잘 기억한다.
말의 기억력과 관련되어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병원에서 치료받은 경험에 대한 기억력이다. 말도 주사를 맞거나 상처를 꿰맬 때 또는 속을 검사하기 위해 내시경을 넣을 때는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그 고통스러웠던 당시의 수의사의 가운색깔이나 목소리 또는 소독약 냄새 등이 기억되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거부를 한다. 그러므로 말 수의사는 진료복의 형태나 색을 수시로 바꾸어 입는 것이 좋으며 치료할 때는 가능한 한 통증을 적게 하여 아픈 기억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은 말을 조교시킬 때도 역시 조심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제주마의 개성
말의 개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은 유전, 경험 그리고 주변 환경 등의 3가지이다. 그중에서도 유전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유전인자는 씨수마와 어미마로부터 반반씩 전해 받는다. 능력이 우수한 부모로부터 태어난 망아지는 장차 능력이 우수한 경주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과거에 경주성적이 좋았던 말은 그 말 가격 자체는 물론이고 종부료도 대단히 비싸며 그 망아지 가격도 비싸게 거래된다. 일반적인 성격의 유전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같은 어미ㆍ애비로부터 태어났다하더라도 잠재된 유전인자에 따라 차이는 있다.
어떤 집안의 형제들을 자세히 보면 육체적인 능력차이는 물론 지능과 예술성 등이 각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말도 마찬가지로 한 어미로부터 태어났다 하더라도 성격과 능력의 차이는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좋은 어미ㆍ애비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여 반드시 훌륭한 망아지로 보장될 수는 없다. 이런 차이점이 생기는 원인은 종부계획으로도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낫다.
말의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에 또 중요한 것은 성장과정의 경험과 주변 환경이다. 어떤 사람은 말 자체의 타고난 성격보다는 관리자의 관리방식에 의해 말의 성격이 좌우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떤 품종간의 성격차이보다는 같은 품종 내에서의 관리방식에 따라 차이가 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과정 또는 군집생활에서 주변 동료들의 행동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말의 악벽 중에는 “끙끙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마방 내에 문틀이나 어떤 돌출된 부분에 윗 이빨을 걸치고 목을 쭉빼어 “끄-윽”하면서 공기를 위속으로 빨아들이는 습관이다. 이런 습관이 지속되면 위가 확장되어 소화불량을 초래하고 산통(疝痛,배알이)이 잘 걸리게 된다. 이런 “끙끙이”버릇은 옆에 말이 하면 따라서 하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 명랑한 말은 행동이 경쾌하고 다른 말이나 사람들을 관심 있게 관찰하며 잘 따라다닌다. 내성적인 말은 우울해 보이고 행동이 적으며 사람을 슬슬 피한다.
지금까지 말의 개성에 관하여 이야기 해 보았지만 성격이라는 것은 자로 재듯이 정확한 구분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며 때에 따라서 또는 사람에 따라서 의미가 매우 달라질 수가 있다. 그러므로 함부로 속단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말이라는 동물은 항상 경계하면서 도망갈 준비가 된 겁쟁이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말 테우리(마 관리자)는 평소 말들의 성격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성격을 알고 말을 관리하거나 훈련시킨다면 효율이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불의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동풍(馬耳東風)
남의 말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냥 흘려버리거나 알아듣지 못한다는 뜻 또는 어리석고 둔하여 남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사리를 깨쳐 알지도 못한다는 뜻이다.
(동)牛耳讀經, 牛耳誦經:쇠귀에 경 읽기/對牛彈琴:소를 마주하고 거문고를 탄다.
내용은 왕거일(王去一)이 ‘쓸쓸한 밤 홀로 술을 마시며 회포에 잠긴다(寒夜獨酌有懷)’라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읊은 시를 이백이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들으면 모두 머리를 흔들 것이네. 마치 동풍이 말의 귀를 스치는 것 같이(世人聞此皆掉頭. 有如東風射馬耳)’라는 싯구로 답했다(答王去一寒夜獨酌有懷).
<출전:『李太白集』〈券十八〉답왕십이한야독작유회(答王十二寒夜獨酌有懷)>
제주마와 관련된 속담
간지난 말에 초난 질메 지운다(요망스러운 말에 별난 길마 지운다)
: 잘못된 처신을 경계할 때 쓰는 말
금승 말셍이 갈기 외우질지 노다질지 몰라
: 망아지 갈기가 왼쪽으로 눌지 오른 쪽으로 눌지 모른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뜻.
늙은 말도 콩은 마다 않는다.
: 늙은 말도 콩은 여전히 좋아하듯이, 늙은이도 젊어서부터 좋아하던 것은 여전히 좋아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