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의 인사청문 거부 명분은 ‘들러리’다. 근거는 지난 27일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청문보고서에 도덕적 결함과 각종 의혹 등 부정적 의견을 적시했음데도 불구, 임명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회의 명분이 약한 게 아니라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문보고서에 부정적 의견을 적시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적격·부적격’ 의견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도의회의 부정적 의견이 많으나 임명 여부는 도지사가 알아서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지라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렇지 않고 임명돼선 안될 사람이라고 판단됐으면 ‘부적격’을 명시했어야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도의회가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도의회의 들러리 논리가 타당하려면 ‘임명되지 말아야할 사람이 임명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이기승 제주시장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엔 분명히 ‘부적격’을 명시했었다.
문제의 발단은 집행부일 수 있다. 원희룡 지사가 협치의 일환으로 ‘법에도 없는’ 도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의회와 합의하는 바람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낙하산과 측근 챙기기 등 언제나 나오는 논란은 불가피하더라도 의회경시 등의 ‘시비’는 없었을 것이다.
도의회가 선의의 ‘협치’ 제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음을 전한다. 아울러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처럼 도의회가 집행부에 거부당한 ‘예산 협치’ 관련 몽니의 연장선으로 비춰지고 있음도 지적한다.
큰 틀의 의정을 당부한다. 제주발전연구원장, 제주도개발공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은 물론 제주시장 인사청문 등 줄줄이 남아있다. 청문은 진행하면서 문제를 지적할 것을 주문한다. 누가 장을 맡더라도 맡아서 일을 해야 한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나무보다 숲을 볼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차제에 공모후 인사청문이란 억지춘향의 기관장 임명 방법 개선을 위한 논의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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