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한라산과 영실계곡, 제주천제연폭포 등을 화폭에 옮긴 중견 목판화가 김억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 1일부터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갤러리 이니(대표 서인희)가 진행하고 있는 ‘국토 유토피아니즘’이 그것.
그동안 유가(儒家)적 시선으로 작업하며 국토의 역사성과 인문성에 주목했던 김억은 이번 전시를 위해 도가(道家)적 시선으로 접근, 국토 자체의 은밀한 아름다움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국토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동천(洞天)'’ 연작 12점과, 1784년(조선 정조 8년) 진경산수 화가 김상진의 ‘무흘구곡도(武屹九曲圖)’를 오늘의 풍경과 융합시켜 판각한 ‘신(新) 무흘구곡도’연작 9점이 소개된다.
‘동천’연작은 그림과 관람객이 혼연일체가 될 만큼 빼어난 경치를 그린 풍경화다. 자동차로 기껏해야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일상적 공간을 그린 김억은 자연과의 거리감을 확인케 해주고 있다.
‘신 무흘구곡도’는 김억이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과 조형성을 대입하면서 새로운 국토의 장을 열었다. 약 240년 전의 산수화를 차용하면서 당시 화가의 시선에 본인이 느낀 현대인들의 모습을 융합했다.
서인희 관장은 “그동안 김억은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누비며, 국토의 역사성과 그 안에 숨어있는 민초들의 얘기를 서정화 시키는 작업을 해왔다"며 ”이번 전시는 풍경화로 작업영역을 넓힌 김억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문의)064-799-8901.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