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 최근까지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시책들은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국토해양부에서도 도시개발을 문화권 사업이라는 형태로 신도시 개발과 재생을 지원해 주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부조차 공공미술프로젝트라는 사업으로 예술을 도시재생과 접목시키고 있다. 과거 문화예술과 개발이 이원화 된 단순정책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을 통한 도심재생으로 국민정서 함양과 여유, 브랜드 창출, 소득 증대를 추구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화예술을 도시재생과 접목시킨 지역은 자본주의 경제논리에서 도태된 원도심과 농어촌이라는데 있고 상당수의 저소득층으로 구성된 해당 주민들도 당장의 효과만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도시재생에서 가장 많이 적용되는 사업인 테마거리 사업과 공공미술 사업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부산·광주, 심지어 제주에서까지 그 형태나 모습·진행 과정, 어느 하나 다른 것이 없다.
제주도 안은 어떤가. 삼도이동 원도심·우도 문화마을·서귀포시 이중섭거리·가파도 예술의 섬 프로젝트 사업도 약간의 작가만 다를 뿐 레지던스사업, 창작공간 마련, 공모를 통한 예술인 입주, 입주예술인들의 아트마켓, 지역경제 활성화 요구 사항까지 다른 것이 하나 없다. 천편일율적인 제주 섬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행정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한계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필자는 9대 제주도의회에서 남발하는 테마거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18개소의 테마거리 조성에 들어간 사업비가 2013년까지 340억원에 달했고, 연간 유지보수비가 10억원을 상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관 부서는 변별력 없는 테마 접근으로 지역을 특화한다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테마거리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의 효율적 운영과 지역정체성에 반하는 테마를 조절하고 관광인프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총괄 부서 지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행정의 벽은 지역별, 소관별 담당의 논리로 높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 부서에서 필요만큼 도시계획에 따른 활성화 정책으로 테마거리, 문화예술이 있는 도시 재생사업들을 내놓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 대비 효과, 지역주민들과 연계된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과는 아직도 평행선이다.
한국의 마추픽추라고 불리우는 부산 감천마을은 원도심 보전과 문화적 재생을 이룬 성공적인 지역이라고 하나 역시 태생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노인층이 20%이상, 저소득층이 30% 이상인 이곳의 경제적 효과는 아직도 제자리라고 한다.
지역주민들은 공공미술사업으로 성과에 대해 “‘높으신 어른’들이 한번 찾아와 준다. 이러다 보면 나중에 좋아질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자조적인 모습을 보았다. 아름다운 제주를 재생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독창성과 고유성이 망각된 문화예술 재생 정책은 오히려 도민과 공유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체감효과도 반감시킨다. 원도심에서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일은 그 지역 나름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드러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문화예술로 포장됐다고 하루아침에 어느 곳이나 ‘몽마르뜨’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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