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30일 열릴 예정이던 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잠정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원희룡 도정 발목 잡기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예산권 공유를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킨데 이어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주발전연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의회 행자위 고정식 위원장은 30일 오전 “더 이상 들러리로 전락한 인사청문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발전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잠정 거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청문회의장에서 퇴장해 버렸다.
이에 대해 원 지사가 ‘협치’의 일환으로 ‘법에도 없는’ 인사청문회를 도의회와 합의하며 이 이번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도의회가 ‘협치’에 대한 선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지난 27일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청문회에서 도덕적 결함 등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제기해 놓고도 정작 보고서에는 ‘적격·부적격’ 의견은 명시하지 않아 원 지사가 이 예정자를 사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놓고도 이를 빌미로 예정됐던 청문일정을 거부한 것은 도의회가 자가당착에 빠진 형국이다.
이에 따라 도의회는 지사의 정치적 재량에 따른 임명을 용인하고, 향후 이 사장의 업무수행과정에서의 과실을 문책하는 게 올바른 수순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 도지사의 정치적 재량인 인사권을 지나치게 간섭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을 통해 산하기관장 예정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고 의견을 내는 것까지가 도의회의 역할이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원 지사가 도의회의 ‘부정적 의견과’과 야당 및 시민단체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공사 사장 임명을 강행한 것도 문제지만 도의회가 내정자에 대해 ‘소신있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원 지사에게 선택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도민사회에서도 “무턱대고 청문회를 거부만 할 게 아니라 일단은 청문회를 진행하고 향후 산하 기관장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판단해도 될 것”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도의회가 제주도정에 예산 협치에 대한 군기잡기의 연장선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주발전연구원장, 제주도개발공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 등 인상청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의회가 ‘적임자’라고 통보를 해주지 않는 한 원 지사가 기관장을 임명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될 전망이다.
한편 제주도의회의 인사청문회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지난 8월 13일 행정시장 인사청문회를 합의하면서 실시되고 있으며, 법적인 장치는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매일 김승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