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과 대학의 역할
지역발전과 대학의 역할
  • 제주매일
  • 승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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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향진(제주대학교 총장)

제주대학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최우수 평가를 받은 국책사업이 있다. 산학협력선도대학(링크·LINC) 육성사업이 그것이다. 제주대가 전국 대학 가운데 지역 기업체와 산학(産學)협력을 가장 잘해 얻어낸 성과다.
그동안 산학협력은 중소기업과 대학 간 원거리 네트워크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산학협력 추진에 고충이 많다. 지역 기업의 절대 다수가 종업원이 9명이 이하인 영세업체로 기업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제주대가 최우수 평가를 받아낸 것은 역발상에서 비롯됐다. 지역 규모가 작아 기업 사정을 파악하기 쉬운 점에 착안했다. 교수와 연구원 등이 회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가려운 데를 긁어주기도 하고, 연구실이 없는 기업에는 대학에 연구실을 만들어 줬다. 제품의 브랜드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면 학교에서 공모전을 열어주면서까지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이를 두고 중앙언론에선 ‘지방 편견을 깨뜨린 산학협력 모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의 수도권 중심체제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인구와 문화적 인프라, 주요 산업시설과 기업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역량은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지역편중과 국가주의적 관점으로 인한 지역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대학이 공동체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공동체적 관점에는 협력과 상생, 나눔이라는 상호 피드백의 패러다임이 구축돼야 한다.


한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사회적 자원을 포함해 많은 것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여기에다 이를 잘 조정하고 이끌어나갈 지역 거버넌스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공동체 확립과 대학의 역할이다. 지역의 잠재력을 성장 동력과 지역 재생의 활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토마토가 건실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좋은 여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외부 환경에 강한 모종이 필요하다. 우수한 모종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어 물과 거름을 주면서 튼튼한 지지대를 세워 잘 보살펴야만 탐스러운 열매를 얻을 수 있다.
토마토의 지지대는 건물 공사를 뒷받침해주고 지탱해주는 스캐폴드(Scaffold), 즉 비계라고 볼 수 있다. 지역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잠재적 자원의 활용, 창의성과 기술혁신, 사회과학적 전략, 인문적 상상력 등 대학에서 창출된 가치를 비계로 삼아야 한다. 비계의 지지대를 타고 지역발전의 미래가 넝쿨처럼 솟아오르고 다시 비계를 높여 지역이 더욱 발전하는 상호 협력과 상생의 발전 경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발전가능성이 있는 지역대학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신뢰,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계 없이는 건물도 세울 수 없듯이 대학 없이 지역사회의 미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는 스탠포드대학으로부터 출발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 노키아는 울루라는 지역에 있다. 노키아를 중심으로 울루에는 첨단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이 클러스터의 비전 제시자가 울루대학이다.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지역민들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대학은 단순히 하나의 독립 기관이 아니다. 대학은 지역의 제반문제를 해결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지역문화를 기르는 영양분이다. 지역 대학의 수준이 곧 그 지역의 수준을 대변한다. 그래서 대학은 지역발전의 조력자가 아니라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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