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흙먼지 農心에 '얼룩얼룩'
해군기지 흙먼지 農心에 '얼룩얼룩'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4.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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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흙탕물 강정마을 농가 한해 농사 망칠까 '노심초사'
사업단에 민원제기했지만 답변 없고 현장 확인도 안 해

“다음 달에 내다 팔아야 하는 백합에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날아온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어 한해 농사를 망칠까 걱정이지만 해군기지사업단은 모르쇠로 일관, 괘씸합니다.”

 이처럼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백합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인근 공사장에서 발생한 흙먼지가 수확을 앞둔 작물로 날아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해군기지사업단은 농가의 민원 제기에도 피해 상황을 확인하지 않는 등 안일한 대응으로 농가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 22일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 민·군복합항 건설 현장과 군관사 신축 시설 공사 현장 인근에 있는 윤남석씨(52)의 2300㎡ 시설 하우스.

 이곳에는 4만8000여 개의 백합이 재배되고 있지만 꽃봉오리와 잎사귀에 흙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흙먼지가 묻은 백합에 물을 뿌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사장에서 발생한 비산 먼지가 시설하우스를 덮쳐 백합 생육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상품가치마저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군기지 공사에 이어 해군관사 신축공사까지 진행되면서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윤씨는 2011년 9월에도 흙먼지 피해를 입어 백합을 전부 갈아엎고 환경분쟁 조정신청을 통해 시공사에게 배상을 받기도 했지만 재발방지 대책 없이 공사가 강행되면서 이 같은 피해를 또다시 입은 것이다.

 윤씨는 “흙먼지 피해가 3년 전 시기와 비슷하다. 흙먼지 묻은 것을 누가 사겠느냐”며 “수출할 때는 흙먼지가 묻어 있으면 안 된다. 700평 정도에 백합 4만8000본이 심어졌는데 모두 날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특히 윤씨는 “이러한 상황은 지난주부터 지속돼 해군기지사업단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고 현장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인근 농장에는 지하수에서 흙탕물이 나오고 기름 냄새까지 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근 또 다른 농가도 같은 상황이다.

 인근 피해 농가는 “나름대로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잎사귀 등에 남아있다”며 “일일이 닦을 수도 없다. 이런 피해가 없을 때는 출하 작업이 1시간이면 끝날 것이 5~6시간 걸려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군기지사업단 관계자는 “최근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 관련 민원이 제기돼 시공사측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방안을 찾고 있다”며 “사업단도 주민들이 불편이 없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매일 고권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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