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정 책임자로서 죄송"
원희룡 지사 공식 사과
"조례제정 구속력 있나
진상조사 진정성 의심"
도정에 대한 불신 여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강정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8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제주도정의 책임자로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또 강정마을이 요구했던 ‘마을회 중심 진상조사’에 대해 원 지사가 수용, ‘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대한 수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지사와 강정마을 주민은 15일 오후 7시30분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첫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현 조건 속에서 진상조사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임시총회 결과 도정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도지사가 4·3의 사례와 같이 강정마을의 명예회복을 중앙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할 것을 요구한다”고 진상조사위에 대한 강도 높은 법적 정당성 확보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오늘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강정마을 주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8년 가까이 겪은 아픔과 공동체가 찢어진 기막힌 상황에 대해 도정이 책임 있게 풀지 못한 사항에 대해 정말 도정의 책임자로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특히 원 지사는 “진상조사와 관련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입지타당성, 수용 동의 전제 여부, 총회 경찰 개입 문제, 마을 총회 투표함 탈취 등 조사 항목과 범위에 대해 강정 마을에서 정하면 된다”며 “진상조사 위원도 강정 마을이 정하면 되고 강정마을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모든 전권을 마을회에 맡기겠다”고 밝혀 강정마을의 진상조사위 추진 방침을 모두 수용했다.
이어 “마을회가 조사에 대한 세부적인 방법, 조사대상, 범위, 시기 등을 다 세우고 필요한 정보와 자문 등 초법적인 것만 아니라면 실질적인 모든 사항에 대해 전폭적으로 조건 없이 지원을 하겠다”며 “제주도도 강정을 품고 있는 공동체라는 입장에서 공식적인 보고서를 통해서 강정마을의 명예가 제대로 서는 게 앞으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정 마을의 현재 여러 가지 문제와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는 해군 당국에 연결된 것, 중앙 부처의 것 등은 도지사로서 강정 마을의 아픔을 함께 하는 차원에서 할 것이지만,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것은 성격이 다른 것”이라며 “이번 대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시면 달려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한 주민이 중앙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과 관련 원 지사는 “검토해보겠다”며 “다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위원회를 설치하려면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동균 전 마을회장은 “진상조사의 진정성에 많은 의문이 든다”며 “강정 마을 주민은 8년 동안 싸워온 것은 공권력 횡포, 명예회복을 위해 이러한 것을 세세히 밝혀달라고 한 것이며, 도 조례로 제정을 하면 구속력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또한 “박영부 제주도청 기획조정실장은 해군기지 강정마을 발발될 때 강정 마을을 갈등의 도가니로 이끌어간 사람”이라며 “과연 이런 사람을 모든 기획을 총괄하는 자리에 놓아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강제 집행 예고장이 여러장이 왔다.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벌금을 물지 않을 것이고 노역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저희들이 죄가 있다고 보느냐? 우리가 유죄라면 8년이 아닌 80년 동안 싸워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기조실장의 업무 관여는 일체 없도록 하겠다. 과거의 공직자로서의 당시 여러 가지 사항이 있다면 가감 없이 조사를 해도 된다. 사전 방어막을 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벌금 예고장을 보여주셨는데 죄인이 아니기 때문에 실정법에 나온 벌칙에 대해 저는 그 점에 대해 100% 공감을 한다. 여러분이 법을 어기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고, 자구책으로 했다고 본다”며 “벌금 예고장이 부담이 되면 제가 보관하고 있겠다. 실정법에 대해 지금 단계는 아니지만 실정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한 주민은 “2007년 12월 국회 예결위에서 2008년도 해군기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민군복합형기항지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며 “원혜영 의원이 국회법안 발의할 때 ‘당시 부대의견 상의 민군복합형기항지의 성격은 크루즈 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민항을 기본으로 하고 해군이 필요할 경우 일시 정박해 주유나 물자 구입 등을 할 수 있는 것, 여기에 해양경찰도 포함된다’고 증언했다”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의했다.
원 지사는 “기항지에 대해서는 몰랐다. 이것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기록을 확인해 보고 답변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제주도가 구럼비 일대 농로를 지방도로로 변경해서 해군에 매각했다. 그래서 협의 보상이 50%가 됐고 강제 토지수용이 됐다”며 “농로를 판 대금을 반환하고 잘못된 것이 나오면 처벌이나 징계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원 지사는 “사법적으로 처벌 받아야 할 사항이 나오면 도지사로서 공무원 인사 및 징계를 하겠다”며 “형식적으로 조사한 다음에 사과 성명을 내고 끝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벌, 징계·인사조치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권위있는 조사 절차와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마땅한 조치를 내용에 걸맞게 최대한 진지하고 원칙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정마을회는 진상조사위에 대한 수용 여부를 이달 내에 결정할 방침이다. [제주매일 고권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