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생각해보는 ‘제줏말’
한글날에 생각해보는 ‘제줏말’
  • 제주매일
  • 승인 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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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제줏말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부터 제줏말(제주방언)이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후 100년간 연구물이 축적되면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언어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학자들의 전문적인 연구와는 별개로 1990년대부터 제주사회에서는 제줏말의 사용 환경이 학교와 지역사회로 확장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제줏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됐고, 특히 제주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대상으로 인지하게 이르렀다.

제줏말에는 제주인들의 정신이 녹아있고, 제주의 문화와 역사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글자인 ‘오(아래아)’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으며, 중세국어에 쓰였던 낱말들이 제줏말에 살아남아 있다. 즉 제주인들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문자와 단어, 문법적 특징들이 현재의 제줏말에 남아있다고 믿고 있으며, 일부는 사실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다른 지방의 말과는 아주 다르고, 외지인들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것은 제줏말의 독자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표준어와도 아주 다르다는 차이에만 무게를 두고 ‘제주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제줏말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것은 좋으나 잘못하면 국어와 제줏말을 별개의 언어로 인식하고, 다른 지방의 말과 지나치게 구별하다 보면 제줏말이 고립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런저런 인식의 차이는 있으나 제주에서는 제줏말의 진흥을 위해 여러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2007년에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가 제정됐고, 그 내용에 따라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매년 10월 탐라문화제 개최 기간(첫째 주)을 ‘제주어 주간’으로 지정, 제줏말의 활용과 전파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1년 중 한글날이 되면 한글주간으로 활용하는 것과 같이 ‘탐라문화제’가 열리면 ‘제주어 주간’임을 확인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제주인들 대부분이 제줏말 보전과 상용화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부 애호가들이 열성적으로 제줏말 진흥에 참여하고 있으며, 제주도정은 예산 지원과 제줏말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제줏말 교육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도이며, 제줏말 진흥의 중추적 기능을 발휘하는데 능동적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제줏말의 사용 환경 조성과 보존·전승을 위해 도정은 다양한 언어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줏말 진흥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에 제줏말 진흥에 대한 열기가 고조돼 있다는 점은 제줏말의 생명 유지에는 바람직한 일이나 너나없이 진흥의 주체이자 적임자라는 자신감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제줏말은 제주인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입말로, 문자화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들의 머릿속은 표준어가 갖고 있는 규칙과 문법적 지식으로 무장돼 있어서 제줏말을 표기하고, 기록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도정이 제줏말 진흥에 동의하고, 지속적인 보전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을 이용해 학술적인 연구와 사회운동을 구별하지 않고, 1회성 사업을 양산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일에는 시기와 절차가 있게 마련이다. 제줏말의 소멸을 예방하고, 진흥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종합적·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적합한 인력을 안배하고 예산을 지원하면서 양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한글날을 기념해 ‘제줏말의 날’ 지정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제주지역의 현안으로 떠오른 제줏말 보전 운동은 단기간에 일부의 열성팬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내외인들이(재외도민 포함) 동참할 수 있는 공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제줏말 진흥 결과를 측정할 수 있는 ‘언어지표’ 조사도 필요하다.

그 결과 제주도의 문화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 ‘제줏말’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면 제주도의 문화는 융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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