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없는 '측근경영','정치기업' 오명
전문성 없는 '측근경영','정치기업' 오명
  • 고재일 기자
  • 승인 2014.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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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삼다수 의존도 높아
신규사업 발굴·관리 소홀
美 호접란·제주 맥주·감귤 음료 등
실패…부진…전망 불투명
역대 사장 상당수 공무원 출신
 지사 바뀌면 CEO도 교체
경영관리 전문성 부족 '심각'

▲ 공사장 전경사진


▲삼다수 빼고 죄다 ‘헛발질’...미래 안 보이는 공기업(空企業)

제주개발공사의 ‘캐쉬카우’(cash-cow, 안정적인 매출과 점유율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는 단연 제주삼다수다. 생필품인 먹는샘물은 낮은 수요 탄력성(가격 상승이나 하락 등으로 수요가 변동하는 경향)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만 하면 바로 매출로 연결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개발공사 문제의 근원이 바로 이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 스스로가 일부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친 나머지 신규사업 발굴과 관리가 소홀하다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다.

먹는 샘물 이외에도 개발공사의 사업으로 감귤가공 및 음료사업, 미국 호접란 사업, 제주지역 맥주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단 하나의 사업이라도 개발공사가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분야는 없는 게 현실이다.

우선 미국 호접란 사업은 개발공사 스스로도 인정한 실패한 사업이다. 당초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제주 호접란을 다량으로 수출해 재정수입을 올리고 농가의 소득을 높이자는 구상으로 지난 2000년 추진됐으나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제주산 호접란이 미국 현지에서 꽃을 피우는 데 문제가 생겼고 현지 재배도 시도했지만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지금껏 수십억 원의 적자만 쌓여 갔다.

호접란 사업은 결국 지난 2011년 안전행정부로부터 자산을 매각하라는 경영개선 명령을 받았음에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지금까지 공사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에는 매각을 전제로 한 임대가 추진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개발공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제주크래프트 맥주사업도 진척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제2의 호접란’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개발공사는 제주맥주를 삼다수와 같은 제주의 대표 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미국의 10대 맥주회사인 브루클린사(사장 로빈 오타웨이)와 지난 4월 맥주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6월 브루클린사의 사업제의로 본격 추진된 제주맥주 사업은 모두 178억원의 자본금(브루클린 51%, 개발공사 36.5%, 도민주 12.5%)으로 올해 7월까지 출자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 내년 상반기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분 구조상 브루클린사가 개발공사보다 적은 자본금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문제점과 더불어 경영의 비효율적 측면이 여러 곳에서 제기돼 논의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전문성 실종 ‘측근 경영’...공사는 ‘정치 기업’ 오명에

제주도개발공사 제9대 오재윤 사장이 지난 달 29일 제주도에 사표를 제출했다. 공직자 출신인 오 전 사장은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의 출범과 함께 개발공사 수장에 오른 후 올해 초에 연임된 상태로 자타가 공인하는 우 전 지사의 최측근 가운데 한명이다. 5~6대 사장을 역임했던 고계추씨 또한 김태환 전 지사의 측근으로 손꼽힌다.

원희룡 지사가 취임한 후 경영평가라는 이름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개발공사는 도백이 바뀔 때마다 어김 없이 감사 등의 권력의 칼바람이 불었다. 예전 사람을 쫓아내고 자신의 선거공신을 심어놓는 행태가 지난 20년간 반복됐다. 감귤을 ‘정치 작물’이라고 보는 견해와 마찬가지로 개발공사 역시 ‘정치적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대 개발공사 사장의 상당수가 공무원 출신으로 전문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공직 출신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행정관리와 경영관리는 엄밀히 다른 DNA가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 삼다수 라인 이동 모습


헛물만 켠 삼다수 수출...애초부터 정치적 무리수?


‘세계인이 찾는 ‘제주삼다수’, 세계로 수출하는 ‘제주삼다수’, 세계 1등 브랜드 ‘제주삼다수’’.

제주개발공사가 내세우고 있는 경영비전의 1순위는 ‘세계화’다. 이미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서 1위에 등극한 만큼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공사는 올해 1만톤을 비롯해 2018년까지 모두 3만톤의 삼다수 수출을 목표로 수출시장 개척과 홍보 마케팅을 벌여왔지만 이 같은 목표 달성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의 삼다수 수출물량은 2359톤으로 올해 목표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사는 그동안 신규시장 개척과 중국 지역 판매망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왔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초라한 실적인 셈이다.

수출 물량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첫 관문을 열었던 삼다수의 대만 수출길도 조용히 문을 닫았다. 공사는 지난해 3월부터 삼성물산 현지법인과 1년 간의 시장 진출 준비과정을 거쳐 대형할인점 까르푸 63개점 입점을 비롯해 웰컴 200개점, 소고 백화점, 밍야오 백화점 등 300여개점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급계약은 구매계획물량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12월 해지됐으며 개발공사는 계약조건에 따라 별도의 손해배상금도 청구하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제주삼다수의 수출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가 따른 주먹구구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개발공사의 수출드라이브가 전임 도정인 우근민 지사의 취임 초기에 불거졌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근민 전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후 인수위원회에서 제주삼다수와 관련 중국 수출에 문제가 있다면서 감사위원회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당시 감사위는 개발공사가 성과관리를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삼다수를 생산해 야적해두면서 품질 불량 등으로 27억원을 낭비했다고 지적해 전임자들이 '정치적 보복'을 주장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정지형 책임연구원은 지난 25일 제주삼다수의 안정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당장의 가시적인 수출 실적보다 단계별 전략 수립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시급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물량 위주의 제주삼다수 수출정책은 끝내 '억지춘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영공급도 좋지만...물류비는 기하급수 증가, 물류공사 설립은 ‘언제쯤?’


㈜농심이 15년간 독점 공급하던 제주삼다수의 유통체계가 지난 2012년 12월 일대 변혁을 맞이했다. 제주개발공사가 제약업체로 잘 알려진 광동제약과 일반 도소매점에 대한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가 부분적으로 유통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광동과의 협약기간은 4년이다. 광동이 구매계약물량을 이행할 경우 1회 1년을 연장하며 개발공사가 유통에 참여하기 위해 지정한 대형할인점(매장면적 3000㎡)과 대형할인점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제외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장 매출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개발공사의 직영유통판매는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판매단가가 상승효과가 나타나 매출액이 1450억원(2012년)에서 1749억원(2013년)으로 299억원(21%)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어나는 매출액 못지않게 들어가는 물류비용과 광고비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총 판매량이 증가하고 대형마트 등 직영유통판매와 관련해 제3자 물류비용 이외에 78억원의 물류비가 추가로 발생함에 따라 올해 삼다수의 도외 물류비가 전체적으로 10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삼다수 도외 공급량과 물류비는 2012년 47만7247톤에 172억원과 2013년 54만5683톤에 279억원이다. 공급 물량은 6만8000톤 증가에 그쳤지만 물류비는 100억원 이상이 증가한 셈이다.

홍보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형마트 직영 유통판매를 하며 종전 농심이 수행했던 광고홍보활동비를 공사와 광동제약이 공동수행함에 따라 광고선전비 또한 57억원으로 전년대비 42억원이 증가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직영시스템에서는 많이 팔면 팔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개발공사는 광동제약이 맡은 국내 일반 도·소매점에 대한 제주삼다수 유통·판매에 대해 오는 2017년 말까지 최장 5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후부터 공사가 직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섣불리 물류공급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네트워크 없이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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