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묘도 문제는 있다
납골묘도 문제는 있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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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세 번 장례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시신처리가 각각이었다. 그 중에는 망자의 유언이나 유족의 뜻에 따라 시신을 화장하고 망자의 추억이 담긴 산야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散骨)도 있었고 시신을 화장해서 납골 묘에 안치하는 장례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전통 장례문화에서 약간 변형되기는 했지만 두 평이 채 아니 되는 천주교 공동묘역에 시신을 매장하는 장례도 보았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처리가 최대의 관심사로 부각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망자의 시신처리과정을 눈여겨보게 된다.

산골이나 납골당 안치는 전통 장례문화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생소하게 받아드릴 수도 있으나, 장례를 치러야 하는 유족들은 시신처리 보다 더한 중대사가 없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신처리문제는 유족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적으로도 지대한 관심사가 되어 왔다.
우리사회에 오랫동안 뿌리 내려져 온 죽음에 대한 관점은 장례의식이나 시신문제를 유교적 관습으로 처리하는 것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사람이 죽으면 유족들은 슬픔에 젖게 마련인데 그 비통함 속에서 시신처리나 장례절차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유교적 관습에 의한 장례절차나 시신처리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유교주의와 풍수지리사상에 의한 장례절차에 길들여져 왔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유교적 장례절차가 간단치 않음을 알면서도 누구도 장례문화의 개선에 앞장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들어 일부이긴 하지만 화장에 관심이 일면서 장례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풍수설에 따라 명당에 조상의 묘를 써야 자손이 발복한다는 속설을 전통으로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시신을 화장하고 석조물인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하는 것이나, 풍수설과는 전혀 무관한 산야에 유골이 뿌려지는 산골을 고깝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제 시신처리 문제는 달리 방법이 없다.

얼마 전 제주시에서 납골묘역을 조성하여 분양했을 때 경쟁이 무려 15:1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빠른 속도로 장례문화가 변모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납골묘역 분양 경쟁을 보면서 제주시에서는 납골묘역 조성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잘나가는 납골 묘 문화에 찬물을 끼치는 말이 될지는 모르나 납골묘문화도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분양하는 납골묘역이야 그럴 이 없겠지만 개인사업자가 분양할 경우 공급자의 지나친 영리추구와 이용자의 과시욕(誇示慾)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까지 매장 묘가 호화스럽고 대형화하면서 주위에 위화감을 조성했던 사례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납골 묘라고 해서 가진 자의 과시욕이 왜, 없겠는가. 필요 이상으로 대형화되고 호화스런 납골 묘의 등장이 필연적일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입맛이 씁쓸하다.
법과 제도는 매장을 위한 토지의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2001년부터 설치된 묘지에 최장 60년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음이 그것이다. 이렇게 매장문화에 제재를 가한 결과 그 대안이 화장을 하고 산골이나 납골 묘 안치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착단계에 들어서는 납골 묘에도 법적 제도적 제재는 필연이다. 거대하고 호화스런 납골 묘가 청정제주산야에 등장하는 것을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 세월이 지난 후 우리후세들이 호화스럽게 축조된 석물(石物)인 납골 묘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지금이라도 납골 묘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은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다.

조 정 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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