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馬)는 봄을 그리워한다
제주마(馬)는 봄을 그리워한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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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성욕으로 수말끼리 처절한 혈투 벌이기도

 연중 방목하는 제주마는 기후의 변화에 대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반응할까? 기후가 맑고 건조하며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면 말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장시간 풀을 뜯는다. 이런 좋은 기후에서는 낮이건 밤이건 큰 차이 없이 활동을 한다.
 반면에 바람이 불고 눈·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는 말은 피신 할만한 곳을 찾아다닌다. 바람과 눈비를 막아주거나 좀 덜한 곳을 찾아 몸을 보호한다. 그런 곳은 보통 큰 나무 밑이나, 잣성(城), 담벽 아래 또는 지형적으로 움푹한 곳(굼부리) 등이다.

야생마(곶말)를 기르는 사람들은 이러한 기후변화를 이용하여 목장의 잣성이나 굼부리에서 자기 소유의 말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때에 따라서는 악천후 속에서도 은신처를 찾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무리를 지어 속보나 구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한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거나 눈비가 몰려오면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데 갑작스런 바람소리나 눈 비 오는 소리에 놀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바람이나 눈비에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운동을 통해 보상하기 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특히 나이든 말들은 은신처를 찾지 않고 오히려 운동을 하는 경향이 많으며 때로는 비바람에 바람 부는 쪽으로 향해서 꼬리를 떨구고 서 있는 경우도 있다.
 계절에 따라서 말의 털이 길이도 달라진다. 일조시간에 따라 뇌 속에 있는 뇌하수체의 호르몬 분비활동이 변화되는데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이 되면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을 분비하여 피부가 두꺼워지고 털이 길어지도록 한다. 이런 작용은 이른 봄철까지 진행되다 봄이 되어 다시 기온이 올라가고 해가 길어지면 중지된다. 그러므로 겨울철에는 긴 털로 추위를 막을 수가 있다.

 이른 봄이면 해가 점차 길어지고 온도가 올라가므로 털뿌리에서는 털의 성장을 줄이고 얇고 윤기 있는 털로 교체가 된다.
 더운 여름철의 낮에는 그늘에서 쉬고 풀은 이른 새벽시간과 해질 무렵부터 뜯는다. 낮에 활동하는 경우는 물을 먹으러 가거나 물속에서 노는 시간이 많다. 물속에서 발놀림을 하며 물을 뿌려서 체표(體表) 열을 식히기도 한다.
그러므로 여름철에는 방목장에도 말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말은 계절번식동물로 봄부터 여름까지 발정이 오고 교배하여 임신기간이 평균 335일이므로 다음해 봄과 여름에 분만하고 1주일 후에 발정이 재귀되어 교배하는 동물이다.
 봄은 말들에게 생명의 잉태, 탄생, 풍성한 풀을 뜯고 무리를 지어 뛰어다니는 가장 혈기가 왕성한 시기이다.
 말들은 일조시간(낮의 길이)이 길어지고 따뜻한 날씨, 남풍속의 풀 냄새, 새의 울음소리 등이 시ㆍ청ㆍ후ㆍ촉ㆍ미각 및 육감(예감)에 의해 봄이 오고 있는 시기를 예감한다고 한다.

 수말은 뇌의 기저부에 있는 시상하부(hypothamus)의 성선자극호르몬조절호르몬(GnRH)의 자극에 의해 웅성호르몬(남성호르몬) 분비와 정액량, 정자수가 증가되고 암말도 발정호르몬 분비가 증가되어 자주 배뇨하고 음순, 음핵이 빈번한 개폐(lightening) 교배자세(standing estrus) 등과 특유의 발정냄새(pheromone)가 수말의 성욕을 예민하게 자극하여 멀리 떨어져(200~500m) 방목하는 수말도 그 영역을 침범하여 수말끼리 종족번식을 위한 처절한 혈투가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북제주군 들불축제, 남제주군 고사리꺾기 등의 행사 중 말사랑싸움에서 동물의 원초적 생식본능을 제주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임신한 제주마는 봄에 분만하여 망아지에게 포유하면서 10~20일 사이에 재발정이 오면 수말을 그리워하고, 처음 임신할 말(성성숙한 말)들도 이 시기를 기다려 발정을 한다. 제주씨수말들도 발정 온  암말들을 자유로이 찾아 특유한 행동인 Flehmen(발정 온 암말의 오줌냄새를 맡아 위 입술을 반전하여 하늘을 본다)을 하면서 자연주의(自然主義)를 실천하듯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면서 이 봄을 만끽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제주마의  하루일과는?

 말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생리적인 활동과 공격자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육체적 운동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 먹고 마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말이 갖고 있는 무기는 도망가기, 뒷발차기 등 단순하므로 생명을 위협하는 어떤 공격자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여 항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만일 적의 공격을 눈치 챘다면 제주마는 시속 42㎞ 정도로 단숨에 내달려 상당한 거리로 피신하나 심한 스트레스(stress)를 받지는 않는다.

 말의 특징은 풀을 먹고사는 초식동물 중에서 위(stomach, 胃)가 매우 작기 때문에 조금씩 지속적으로 풀을 뜯어먹도록 되어 있어 하루 방목시간 중 8~12시간 풀을 뜯고, 물은 1일 3~6차례에 걸쳐 11~18ℓ를 마시며 그 시간은 20~30분이고 7~10회에 걸쳐 10~20kg정도 배분이나 긴장할 때는 습관적으로 배분하기도 한다. 수말의 경우는 마방이나 방목장에서 일정한 곳(화장실)이 있어서 마분주(馬糞柱)를 만드나 암말은 아무 곳이나 배분한다. 배뇨는 섭취한 수분량이나 기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7~11회에 3~8ℓ정도로 배뇨하므로 이것들이 체내로부터의 정보메시지 역할을 하므로 건강상태를 반영하게 되어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한다.

12~15km를 다니는 것 자체가 운동이며 아름답고 평화스럽게 보인다. 또한 말들도 몸단장을 하는데 상호친밀감을 가진 두 마리가 서로 반대방향을 향해 돈등마루(체고; 키), 머리, 허리 등을 핥아주고 몸에 접근한 곤충들을 쫒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몸이 가려울 때는 직접 등이나 목을 나뭇가지나 목책 등에 문지르거나 앞발로 얼굴을 긁기도 한다. 그리고 말이 놀래서 구보ㆍ속보로 달리면 장(intestine, 腸)은 척추에 매달리는 장간막근이 있어 움직임이 멈춘다(낮잠을 잔다). 또한 상당한 시간을 서서(standing) 한쪽 뒷다리는 쉬는 자세를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늘어뜨리고 항시 사방경계를 하기 위해 귀를 위로 쫑긋 세우고 잠깐 잠깐 자는 것이다. 

 말의 다리 관절에는 특수한 인대들이 잘 발달되어 잠자기 전에 다리에 자물쇠를 걸듯이 교정시키므로 잠을 자는 동안에도 풀리지 않으며 잠에서 깨어나면 자물쇠가 풀려 곧 관절운동이 자유롭게 된다.

제주마(馬)의 방목장에서 하루

6~8시간 : 서서 쉬기
1시간 : 누워서 쉬기
30분  : 번식에는 구애행위
30분  : 물 마시기(2~5회)
나머지시간 : 방목지를 이동하면서 풀 뜯기(무리지어 다니는 것은 아름답고 평화스럽다; 古藪牧馬)

*연산군2년(1496)에 암수말을 내정(內廷)에 끌어들여 흘레하는 것을 구경하는 등 부도한 행위를 많이 하기에 내관 김 순손이 간하여 말렸으나 왕은 노하여 제주로 귀양 보내 제주목사로 하여금 문초를 하여 가두도록 하였다.
*속담에 마님도 문구멍으로 말(馬) 흘레하는 것을  본다.
⊙말과 관련된 사자성어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다는 뜻으로 그 내용은 「관중과 습붕이 환공을 따라 고죽국을 칠 때 봄에 가서 겨울에 돌아오다가 미혹되어 길을 잃었다. 관중이 가로되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할 만하다”하고 곧 늙은 말을 풀어 그 말을 따랐다.
 또한 산중을 진군하고 있을 때 물이 없어 갈증이 나자 습붕이 “개미는 겨울이면 남쪽에 살고 여름이면 산의 북쪽에 사는 것이므로 개미집의 높이가 한 치라면 그 지하 여덟 자를 파면 물이 있다.”고 말하여 파보니 과연 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미물도 뛰어난 장점이 있듯이 하찮은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뛰어난 점이 있어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여 할 일을 부여한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출전『韓非子』, 說林上>

장 덕 지 <제주산업정보대학 관광생명자원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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