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막 태동하는 재일제주인 생활사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일제주인을 수동적 존재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제주대학교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 주관 제5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지치 노리코 오사카시립대학 교수는 '재일제주인 연구의 과제와 전망'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지치 노리코씨는 "해방 후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재일한국인에 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돼 왔음에도 지금까지 이슈화되지 못 한 것은 기존 연구들이 재일한국인을 일본의 소수자의 관점에서 일괄적으로 다뤄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의 재일제주인 연구는 이들을 하나의 온전하고 동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치 노리코는 우선, 재일제주인의 개념 정리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일제주인이 단순히 해방 직후 일본에 머문 사람들로만 구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재일제주인들의 도일(渡日)은 해방 후에도 계속됐고, 시기도 다양했다. 이들의 이동은 한반도로부터 일본으로의 한 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이들을 규정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넓고, 이는 다른한편으로 이들의 삶에 역사적으로 곤란했던 시절을 적극적으로 타개해보려는 적극성이 투영돼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다.
이지치 노리코씨는 이런 이유로 재일제주인을, 역사적 사건을 따라 국경을 옮겨다닌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동적인 존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이지치 노리코씨는 "재일제주인들의 인생 궤적과 이동 경로가 다양하다는 맥락에서 이들의 생활사는 개별 재일제주인들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며 세세히 연구돼야 하고, 특히 한 사람의 선택이란 오롯이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 가족의 성향, 마을과의 관계 등 삶의 다양성을 토대로 결정되기 때문에 개인과 가족사를 함께 견지하며 연구해야 더 깊이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덧붙여 조언했다. /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