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조선의 힘
500년 조선의 힘
  • 제주매일
  • 승인 201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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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길(행정학박사·前언론인)
조선은 철저한 유교의 나라였다. 불교국가이던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세워지면서 대대적인 억불(抑佛)시책이 이루어졌다. 불교는 산속으로 들어간 숨은 종교가 되고 말았지만, 유교는 지속적인 숭유배불(崇儒排佛)정책에 힘입어 최대의 융성기를 맞게 됐다. 유교는 사실상의 국교로 전면에 등장해 조선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며 연면히 이어져 왔다.
 유교는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오해와 편견으로 갖은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어렵다’ ‘번거롭다’ ‘케케묵은 것이다’ 는 빈정거림에서부터 ‘유교 때문에 망했다’는 망국론에 이르기 까지 별의별 비난을 다 받게 된 것이다. 심지어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에서조차 극심한 탄압이 행해졌다.
 하지만 유교는 조선왕조 518년을 지탱해온 큰 힘이었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도 반(半)천년이나 되는 장기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교의 저력이었던 것이다.
그 증거의 하나가 조선의 장구한 역사이다. 세계사상 하나의 국명(國名)으로 500년을 지속해온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우리에게서 조공을 받고 상국(上國)노릇을 하며 온갖 못된 짓을 다하던 중국의 여러 나라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원(元)은 97년, 명(明)은 276년, 청(淸)은 268년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조선의 잠재력, 유교의 힘은 과연 어떤 것인가. 유교의 근본이념인 ‘인의예지(仁義禮智)’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仁)’은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박애와 같은 뜻이다. ‘인’은 ‘어질 인’자이지만, 논어에서의 ‘인’은 ‘사람을 사랑함’ 또는 ‘사람다움’으로 설명되고 있다. 공자는 ‘인’을 ‘사람을 사랑하는 애인(愛人)’이라면서 ‘인이 없으면(不仁), 사람이 아니다(不人)’라고까지 했다. ‘인’에서 동정심이 생기고 인정이 나오며, 협동심이 발동된다. 이 협동심이야말로 유교의 큰 힘인 것이다.
  ‘의’는 정의(正義)이다. ‘바르고 옳은 것’을 말한다. 유학(儒學)에서는 ‘의’를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고 한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부끄러워할 줄 알고, 악과 불의에 대해서는 미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의’는 대의(大義)와 절의(節義)로, 그리고 의인(義人)과 의병(義兵)으로 발양되면서 유교의 힘으로 승화하게 된 것이다.
  ‘예’는 ‘나만 생각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며 양보하는 마음 즉, 사양지심(辭讓之心)’이다. 한마디로 ‘예’는 예절이다. 질서를 지키며 서로 양보하고 화목하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언어나 행동을 자제함을 말한다. 예절이야말로 건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규범이며, 그 나라의 국민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저력(底力)이 되는 것이다.
  ‘지(智)’는 지혜이다. 지혜는 지식을 옳게 쓸 줄 아는 슬기요, 올바른 사리판단력이다. 그래서 시비지심(是非之心)이라고도 한다.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것이다. 옳은 판단에서 옳은 행동이 나오고, 옳은 행동에서 옳은 결과가 생긴다. 열심히 지혜를 터득하고 지혜를 넓혀야 한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듯, 슬기로움이 굳은 것을 용해(溶解)한다. 지혜가 곧 힘인 것이다.
  인의예지, 이 4덕(德)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근본이며 개인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잠재력이 되는 것이다. 500년 조선의 힘은 ‘종교’로서의 유교가 아닌, 바로 ‘위대한 가르침’으로서의 유교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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