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재선충 소나무 고사목을 그대로 방치했다가 9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한정된 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제거하려면 여러 가지로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예산 확보, 인력과 장비 동원, 촉박한 날짜 등 모든 면에서 힘겹다.
제1차 재선충과의 전쟁 때가 그랬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재선충이 창궐, 소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방치했다가 9월 2일에야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올해 4월까지 8개월간의 전쟁 기간으로는 역 부족이었다. 이미 고사목은 56만 그루에 육박했지만 예산, 장비, 인력이 태부족이었다. 군·경·공무원·민간인 등 11만명이 투입 되고 447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고사목 완전 제거에 실패했다. 짧은 기간에 무리를 하다 보니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까지 나타났다.
만약 재선충 전쟁 선포 전인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연중 상시적으로 고사목 발견 즉시 제거했다면 사상자까지 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산 경험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선충에 관한 한 올해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제1차 재선충과의 전쟁이 끝난 지난 4월 이후 도내 산야에는 계속 재선충이 창궐, 고사목이 급증하고 있으나 수수방관(袖手傍觀)이었다.
설사 5월 이후 8월까지는 재선충 특성상 고사목을 제거할 필요성이 적더라도 그 4개월 동안 끊임없이 벌채를 함으로써 작업 시일과 작업 분량이 분산돼 인력·장비·예산 활용이 쉬워질 게 아닌가.
아마도 제주도는 오는 10월 15일부터야 제2차 재선충과의 전쟁에 돌입할 모양인데, 고사목 수가 지난해보다는 줄었다 하더라도 이번에도 27만 그루쯤 제거해야 할 것으로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의 50% 수준이다.
그렇더라도 인력과 장비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산의 경우도 220억 원 중 30억 원은 도비로 확보했으나 나머지 189억 원의 산림청 지원이 미지수다. 서귀포시에서는 한발 앞서 11일부터 고사목 제거에 나섰다고 한다.
새해부터는 연중 상시 고사목 제거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재선충과의 전쟁을 이기기 어렵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