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이 나고 몸에 무리가 없으면 다니는 일상이었다. 아직 집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 시가지의 새 길을 이용했다.
우선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조심스럽게 건너갔다. 산책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곳에 있어서 가끔은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선택하는데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도 있다.
이 길로 가면 다세대주택 공사장이 있다. 안 가본 며칠 사이에 공사 진척은 얼마나 되었을까. 호기심이 갔다. 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산책을 하다 가만히 서 있을 때가 있다. 보면서 느끼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얄팍한 지식이라도 부족한 사람의 삶에는 큰 힘이 된다.
가던 길옆인데 지난번에 건축된 개인 주택 울타리에 나무를 심었다. 소나무다. 서로 바라본다. 그는 내 안부를 묻는 것 같았다. 길조심 하고 몸 건강하라고. 가끔 산책을 다닌다는 것은 실천력이 있어서라며 격려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소나무! 작년에 제주 땅 여기저기에 살고 있던 소나무들이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에 얼마나 시련을 겪었는가. 그 일이 떠올랐다.
우리 제주도도민들은 지난해 9월부터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8개월간 민관군 협력체계를 갖추어 총력 방제에 힘썼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발생고사목 54만5000본 제거. 방제사업비 447억원, 벌채 공 등 전문 인력 6만3000명, 자원봉사자 4만 2000명 등 연인원 11만명, 장비투입 2만7000대였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나 힘든 방제작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 분께서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움까지 있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남아 있는 소나무들이 모두 잘 살아 아름답고 푸른 제주도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발걸음을 옮겨 관심 깊었던 건축공사 현장 앞에 섰다. 한 개 층이 더 올라섰으며 완벽한 건물이 되도록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공사 일을 하는 분들은 자기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는 무더운 날씨도 꼬리를 접었다.
성실하게 일한 결과는 지붕에 빗물이 새지 않는다는 한 가지 사실 만을 가지고도 평가할 수 있다.
일한 결과가 보기 좋게 한 눈에 잘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내면도 충실하다는 믿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면을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준다면 그들은 기술력과 신용도가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을 것이다. 그러길 바랐다.
이렇게 한 집 두 집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도시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간다.
아파트단지도 들어서 인구가 많이 유입되었다. 유동인구도 늘어났고 드나드는 차량통행도 복잡해졌다.
자동차 운행 때 도로의 여러 환경요인을 잘 파악하여 항상 긴장감을 내려놓지 말고 안전하게 다녔으면 한다.
나는 산책길에서 바람이 베푸는 선행을 반갑게 맞는다. 바람은 땅 하늘 밟고 가며 내 어깨도 툭 치면서 갔다.
바람은 나를 좋아했고 나도 바람을 좋아했다. 바람은 나의 눈에 들어 함께 했다. 더울 때 서늘함이 몰입했다.
바람은 고맙다는 인사말을 수없이 들었다. 주위에 소문이 자자했다. 다른 바람들도 이와 닮으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
본보이고 본을 받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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