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관리자 다수 초대, 실 이용자 의견 반영 안돼



인조잔디 철거 방침을 고수하던 제주도교육청이 사실상 '유지'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관리의 어려움으로 천연잔디 운동장 조성을 불편해하는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인조잔디에서의 유해물질 검출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말끔하게 씻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 수요자보다 시설 관리의 측면을 더 비중있게 수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학교 인조잔디운동장 재포설 및 관리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여러 운동장 유형에 대한 장단 분석이 이뤄진 가운데 논의는 대체로 인조잔디 유지 쪽으로 흘러갔다.
발제를 맡은 경남 남해교육지원청 김수상 교육장은 천연·인조잔디 운동장과 마사토 운동장 간 비용과 경기력·활용성 등을 두루 비교하면서도 경남지역 학교들의 추세를 설명하며 인조잔디의 장점과 인조잔디에 대한 일반의 우려를 해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경남도의 경우 학교 운동장 유형은 개별 학교들이 자율적으로 정하지만, 대체로 많은 학교들이 인조잔디의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요지였다.
인조잔디 고무칩(충진재)의 유해성 논란에 대해서는, 2006년 유해성 보도 이후 2007년 지식경제부가 안전 표준안을 만들었고 표준안 마련 이후 해당 안전기준을 통과한 조달청 등록제품만 사용토록해 유해성 논란은 더 이상 없다고 설명했다.
인조잔디 파일에서의 중금속 검출 논란은 안료에 중금속이 포함된 원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고, 내구연한(6~8년)이 다한 인조잔디는 제품 포장지 등으로 100%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오염 걱정이 없으며, 인조잔디가 천연잔디에 비해 부상률이 높고 경기력 발휘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모 회사의 자체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인조잔디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토론자들은 모두가 바라는 운동장은 천연잔디 운동장이지만 실질적인 관리 문제를 감안할 때 인조잔디를 선택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인조잔디 유지쪽 의견이 다수 나온 만큼, 올해로 인조잔디 내구연한이 다한 도내 63개 학교들은 인조잔디를 재포설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도교육청은 2010년 이전 조성된 인조잔디 운동장 35곳의 파일과 충진재를 발췌해 도내외 연구원 두 곳에 유해성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인조잔디 재포설로 완전히 방향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는 교육 관련 관리 및 결정권자들이 다수 초대돼, 실제 운동장 이용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서 여러 참석자들은 인조잔디의 유해성 검출 문제가 일단락 됐다고 말했지만, 일선학교의 학부모 모임과 제주지역 온라인 학부모 카페 등에서는 "축구화와 양말 속에서 검정 파편이 자주 발견된다"며 여전히 유해성을 의심하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