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전국에서 최초로 물류와 금융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동북아의 허브도시'라는 기치를 높게 든 제주도가 이제는 전국의 유사한 다른 지방에 비해 한참 뒤진 모습으로 허덕이는 실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광양만, 무안. 해남 등의 대규모 관광단지 등 제주도가 하고자 했던 사업은 모조리 다른 지방에서 적극적으로 손을 대고 있다.
문정인 동북아 시대위원장은 이를 두고 "기득권을 가졌었으나 우물쭈물 하는 사이 다른 지방에 추월 당했다"고 표현했다.
문 위원장은 심지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7대 선도 프로젝트의 전면 재검토'를 권유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29일 크라운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주국제자유도시포럼(현명관 공동대표) 창림 3주년 기념 워크샵은 제주도에 많은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행사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이 국정사업에서 지역개발사업으로 의미가 좁아들고 있다"며 자유도시 추진사업에 대한 재정비를 통해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만들어 외국자본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이러한 권고 등은 제주도가 여지껏 '국제자유도시 및 특별자치도'라는 애드벌룬만을 띄우기만 했다는 역설적인 비판이자 '그 동안 제주도가 무엇을 했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청 일각에서는 부진한 이유에 대해 '도민의 비협조'를 들면서 고개를 가로젓기도 한다.
"하는 일마다 반대 여론이 들끓어 진전이 어렵다"면서 "여론 수렴하고 이를 설득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며 도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반면 도민들은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의 종착지는 반드시 도민 삶의 질 향상이어야 한다"전제한 뒤 "제주도의 미래보장과 도민들의 소득 향상 등 긍정적 효과가 확실하다면 일부의 여론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도정 자체는 그대로면서 도민들의 마인드변화만 바란다는 것은 이치에 안 맞다"고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왜 표류하나.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를 이루려면 어울리는 행정제도, 계층구조의 단층화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를 통해 청와대로부터 '다른 지방과 차별되는 특별자치도'를 부여받고 국제자유도시라는 큰 그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유도시의 전제조건을 제주도가 여기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은 벌써 당초 일정에 5개월이나 미뤄지는 실정이다.
올해 초 주민투표 실시라는 방침은 간데 없고 주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도민 설명회를 이달 10일까지 연장했다.
여기에 7대 선도프로젝트 사업도 도민들의 불만을 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로 제주도 외부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마인드 부족'을 거론하고 있다.
이는 제주 도정이 전개해야 할 정책방향을 시사하는 것이다.
매 현안마다 '도민 분열을 없애기 위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라는 조건만 달면서 머뭇거린다면 도민의 합의를 얻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제주도가 제시한 '국제자유도시'는 공염불에그친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유치실적도 부진한 데다 외국 자본을 부를 만한 내부적인 준비도 소극적이다.
도의 외부자본 유치를 담당하는 국. 과는 아직도 종전 공무원 조직 그대로를 유지하는 형편이다.
한 마디로 '외국 투자자가 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셈이다.
더욱이 투자자에 대해 '원 스톱 행정체제'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행정당국을 찾은 사업가치고 '달라 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도민들은 정책을 본다.
국제자유도시는 사실상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갖는다.
제주도정은 국제자유도시의 실현을 '삶의 질 향상'에 잇고 있다.
국제자유도시 시민들은 '외국자본과 특별한 제도'속에서 살게 되는 반면 '세계화에 따른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을 거스르지 못한다는 반대급부도 감내해야 한다.
결국 제주도는 '도민의 이익과 권리를 최대한 지키면서 특별자치 및 국제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지고 있는 셈이다.
특별자치도 및 국제자유도시가 전국 1%에 머무는 제주도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면 제주도정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리형 행정'은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최근 제주도가 도입한 BSC 인사정책과 함께 '자기 업무만을 챙기다 마는' 복지부동을 초래하는 경우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짐은 국제자유도시 사업 부진에 대한 도민의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자조 섞인 탄식과 일부 공무원의 '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라는 한숨 속에 섞여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