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사표 ‘무리수’뒀던 제주도, ‘숨고르기’?
일괄사표 ‘무리수’뒀던 제주도, ‘숨고르기’?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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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8명 재신임 결정 애초 5일서 추석 이후로 연기
“평가위원회 통한 보다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기 위해 늦춰”

제주도가 일괄사표를 받은 산하 공공기관장(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재신임 결정 시기를 추석 이후로 미뤘다.

임기가 많이 남은 공공기관장들에게까지 일괄사표를 요구하고 재신임 검증의 공정성과 제주도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등의 논란마저 일으키며 ‘무리수’를 뒀던 제주도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 한 인상이다.

3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사직서를 제출한 8명의 공공기관장의 재신임 여부 결정 시기가 오는 5일에서 이달 중순쯤으로 연기됐다.

제주도는 계획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재신임을 결정하는 위원회 구성 및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제주도가 공공기관장 재신임 여부 결정 시기 및 방식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한지 불과 1주일도 안된 상황에서 변경된 것이어서 준비 단계부터 치밀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이미 공공기관장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로 하기로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영부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9월 5일까지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제주도 감사위원회에서 5개 기관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참고해 최종적으로 재신임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누가 재신임 여부를 판단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부적으로는 공무원들이 하고 최종 판단은 도지사가 한다”고 답해 심의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감사위원회의 감사 내용이 공공기관 기관장 재신임 기준으로 참고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고, ‘평가위원회’를 통한 보다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기 위해 결정 시기를 추석 이후로 늦췄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주도가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해 전문성과 경력 및 능력보다 ‘전임 도정이 임명한 사람’이라는 정무적인 판단으로 거취 문제를 성급하게 추진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 8명의 공공기관장의 재신임 여부는 ‘평가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추석 이후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한편, 사직서를 제출한 공공기관장은 오재윤 제주개발공사 사장, 차우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강기권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 공영민 제주발전연구원장, 현혜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김일환 제주테크노파크 원장, 박성진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고자명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부이사장이다. [제주매일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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