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차례 지내니 마음 편해도 한켠엔 고향 생각”
“같이 차례 지내니 마음 편해도 한켠엔 고향 생각”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4.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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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하나센터, ‘새터민 합동 차례 지내기’ 행사
北에 두고 온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 붉히기도

▲ 3일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에서 도내 새터민들을 위한 합동 차례 지내기 행사가 열린 가운데 새터민들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고기호 기자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 오니 고향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래도 이렇게 새터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3일 오전 11시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 1층 급식실. 분주한 손길로 고향의 음식을 만들며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새터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도내 새터민들이 고향에 대한 향수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합동 차례 지내기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 하나센터는 새터민 50명을 초청해 합동 차례를 지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 북한을 떠나 제주에 정착했다는 김모(52·여)씨는 “추석이 며칠 남지 않으니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며 “그래도 합동 차례라도 지낼 수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북한에서는 추석이라는 말 대신 한가위라는 말을 사용한다”며 “한가위 전후로 쉬는 날이 없어 제사를 지내며 하루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2년 전 탈북한 박모(30·여)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북한에도 ‘송편을 잘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며 “때문에 여성들은 송편을 빚을 때 정성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새터민들을 위해 이런 뜻 깊은 행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하다”며 “행사를 통해 서로 의지하고 도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어 새터민들은 2층 대회의실로 이동해 합동 차례를 지냈다. 이들은 정성스레 차려진 차례상 앞에서 절을 올리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합동 차례 내내 이들의 얼굴에서는 숙연함이 묻어났고, 일부는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는지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추석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 한바탕 떠들썩한 레크리에이션 등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한 시간도 마련됐다.

제주도 하나센터 관계자는 “고향에 갈 수 없는 새터민들의 그리움을 달래주기 위해 합동 차례 지내기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며 “새터민들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내에 거주하는 새터민은 180여 명으로, 제주도 하나센터는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지역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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