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피난선은 1950년 중국의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난민들을 싣고 제주에 와 산지천에 정박, 피난살이를 하던 배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2002년 제주시가 엉뚱한 발상을 했다. 이 중국 피난선을 수리 복원해서 선박 기념관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선박이 소형인데다, 기념관 전시 자료도 문제요 예산-원형 재현-사업 성과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는 중화권 관광객 유치라는 단순 논리로 12년 전 당시로서는 꽤 거액인 혈세 22억 원을 투입, 피난선을 복원 1~2층에 기념관을 개관했다. 그리고 무료 개방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들은 물론 국내관광객들도 무료임에도 외면했다. 특히 제주도와 제주시의 예산 지원도 여의치 않아 선체는 말할 것도 없고 기념관 1~2층 모두가 낡아 설사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누수에다 누전으로 전깃불이 꺼지고 기념관 균열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엊그제 제주시는 결국 이 중국 피난선을 철거키로 방향을 정한 모양이다.
이번에도 막대한 철거비용이 들게 돼 12년 전 기념관 설치에 투입된 22억 원을 포함하면 엄청난 도민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되었다.
중국 난민들을 싣고 산치천에 정박했던 70t 범선 해상호는 60여 년 만에 다시 피난처에서 호된 난(難)을 당해야 할 것 같다.
그럴 경우 중국 피난선은 미국 LA 호접란 농장, 세계 섬문화 축제와 더불어 제주도의 3대 낭비 사업으로 기록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3대 낭비사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 추진 때 마다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점이다.
반대하면 할수록 행정에는 이상한 고집들이 있다.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 사업을 일단 마무리 해 놓는다. 나중에 사업이 망치더라도 ‘내 탓’ 아닌 ‘네 탓’으로 돌려버린다. 또 그러한 고집은 도지사들일 수록 더 세다.
정책 실패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는 민성(民聲)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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