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 등 식품 코너만 북적…의류·잡화는 썰렁

그런데 과일·채소 등 식품 코너는 비교적 북적인 반면 의류·잡화 판매점은 한산해 달라진 세태를 반영했다.
의류와 잡화 구입의 경우 대형마트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상인들 역시 대목을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상인회가 추산한 방문객은 약 8만여 명. 제주시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이 발표한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하루 평균 방문객 7만 여명보다 높은 수치지만 분위기는 코너별로 확연히 구분됐다.
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상인 박모(37)씨는 “오늘은 식품코너에만 손님이 몰려 이쪽에는 사람 한명 찾아볼 수 없다”면서 “사회적으로 의류와 잡화는 대형마트나 유명 브랜드에서 구입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부모와 함께 오일시장을 찾은 김모(17)양은 “시장에서 파는 물건은 가짜 브랜드도 많고 품질도 안 좋아 보인다”면서 “이런 곳에서 사는 옷들보다는 대형마트나 유명브랜드 체인점에서 사는 옷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과일과 야채 코너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상인들과 흥정하며 가격을 깎으려는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시장을 방문한 최모(42·여)씨는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며 “좋은 물건을 직접 봐서 고르고, 상인들과 흥정하며 가격을 깎는 것이 전통시장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씨는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오일시장을 찾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대형마트를 더 많이 이용한다”면서 “장을 볼 때 역시 편리함을 추구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손님이 늘어나자 상인들도 바쁜 모습을 보였다. 오일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김모(64) 할머니는 “설날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오일시장 상인들은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물건을 판매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는 걸 체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과일·채소 코너를 넘어 위치한 육류·생선 코너 역시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정육점 상인들은 갓 잡은 고기를 직접 삶고 썰어 “한번 맛보고 가세요”라고 말하며 손님을 끌어모았다.
새벽 어시장에서 들어온 생선들도 인기 품목이었다. 하지만 차례상에 주로 사용되는 옥돔과 조기 정도만 손님들이 찾을 뿐이었다.
추석 등 명절이면 제수용품 장만을 위한 손님들로 북적이던 오일장. 하지만 올해는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상품별 약극화를 확인하면서, 오일장 상인들이 소비자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을 수가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 장이었다. [제주매일 윤승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