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얼병원 사태 ‘눈 먼 투자정책’ 우려
싼얼병원 사태 ‘눈 먼 투자정책’ 우려
  • 제주매일
  • 승인 201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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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호근동에 설립이 추진 중인 싼얼병원은 성사될 경우 대한민국 제1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영리병원)이다. 그래서 논란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인한 국내 의료보험 체계 붕괴 등에 따른 의료비 상승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정부는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 등을 통한 서비스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보고될 정도다.
제주도의 싼얼병원은 중국 ‘싼얼병원’의 한국법인인 ㈜CSC가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 승인이 잠정 보류된 뒤 같은 해 12월 사업계획서를 보완해 제출한 상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9월중으로 승인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을 떠나 추진 과정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외국자본을 유치,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 설립을 논하면서도 일을 하는 행태는 완전히 수준 이하다. 중국내 모회사 회장 구속과 대주주회사 폐업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우리 정부나 제주특별자치도 모두 오랜 기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싼얼병원의 모회사인 CSC헬스케어재단 쟈이자화 회장이 지난해 7월 경제사범으로 구속됐다. 싼얼병원의 최대 주주사도 회장 구속과 함께 은행 대출금 상환 등의 이유로 같은 해 8월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황을 정리해보면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짓겠다는 한국 법인의 중국내 모회사 회장 등이 구속되고, 최대 주주사가 문을 닫고 1년이 지날 동안 국내에서는 이를 몰랐다는 얘기다. 외국자본의 심각한 결함을 알면서도 대통령에게 승인 여부에 대한 보고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회사가 부도나더라도 자회사가 계획했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선은 계속 유지했어야 했다. 더욱이 싼얼병원은 제1호 영리병원이어서 지역의 관심이 높았다. 제주도의 ‘눈 먼’ 투자유치 정책의 일면을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차제에 싼얼병원 모회사와 국내 자회사를 비롯한 중국자본 전반에 대한 건전성 점검을 주문한다. 어설픈 자본이 들어와 제주의 땅을 훼갈아 놓고 제대로 사업 추진을 하지 않을 경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확실하지도 않은 열매에 혹해 과정을 간과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임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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