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도시’ 어디로 가나
‘디자인 도시’ 어디로 가나
  • 김원민 논설위원
  • 승인 200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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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이 ‘개입’하고 ‘간섭’하지 않는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도시환경디자인은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세계 각국이 도시의 개성을 표출하고 비인간적이고 삭막한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오늘날 도시는 실용성과 경제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도시의 구조가 규격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과 검은 아스팔트 정글에 갇혀버린 도시는 획일적이고 계절의 변화마저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여기서 도시가 지닌 특성을 찾아내고 더 한층 시각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도시환경디자인인 것이다.

            도시에 생명 불어넣기

 모든 도시가 그렇지만, 특히 도내에서는 서귀포시가 도시환경디자인 분야에서 앞서 가고 있는 듯 하다. 최소한 표면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미 4년 전 2001년 6월에 산업자원부가 서귀포시를 ‘시범 디자인 도시’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귀포시가 ‘디자인 도시’를 지향함에 있어 그 추진 동력이 멈춰 서있는 관계로 ‘표면상으로’라는 단서를 달수밖에 없다.

 ‘디자인 도시’라는 개념은 사회에 질적 가치 형성과 인간의 생활환경 전반에 걸쳐 시각적, 미적 가치를 부여하고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즉 도시 속의 지역문화, 예술성을 바탕으로 인간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형성하고 도시계획 및 디자인하는 것으로서 인간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쾌적한 공간, 편리한 공간, 안전한 공간, 특수한 공간을 창출하는 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것은 도시 속에서 보여지는 모든 시각환경의 계획과 디자인을 포괄한다. 도시 색채, 개방공간, 거리연출 및 시설물, 거리가구, 공원과 놀이 공간, 그리고 특수한 공간 등을 연출 기획, 디자인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도시환경디자인을 풍경법(프랑스·독일), 경관법(일본), 도시계획법(영국) 등을 통해 관리할 정도로 도시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
 서귀포는 자연경관이 빼어나 관광도시로서의 명성이 자자한 것은 사실이나 체계적인 도시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시가지는 어수선하고 획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관 관리 및 디자인 측면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런 데도 서귀포시의 ‘디자인 도시’ 추진은 더디다 못해 아예 손을 놓아버린 것처럼 보인다. 물론 도시를 디자인 화하는 데에는 돈이 든다. 하지만 서귀포시가 예산 타령만 하고 있는 사이 다른 도시들은 도시환경디자인 측면에서 저만치 앞서 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4년 전 서귀포와 함께 ‘시범 디자인 도시’로 선정된 바 있는 광주시의 경우 올해 예산 50억 원을 들여‘제1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열기로 하는 등 도시의 명운(命運)을 디자인에 걸다시피 하고 있다. ‘삶을 비추는 디자인’(Light into Life)이란 주제로 여는 이 비엔날레를 계기로 광주를 21세기 디자인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디자인 비엔날레’도 열어

 또 경상남도 김해시는 디자인 도시로 선정되지도 않았는 데 시청에 ‘도시디자인과(課)’를 두고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해시 도시디자인과에서는 C.I(City Identity) 계획수립 운영은 물론 아름다운 건축물 가꾸기 사업, 건축대상제 운영, 미술장식품 심의, 도시공간과 시범가로에 대한 디자인 사업, 건축미관 및 거리미관 관련 계획 수립과 운영, 옥외광고물 허가 및 신고, 불법광고물 지도단속 등 도시경관 향상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

 디자인 도시는 거창하게 돈이 많이 드는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서귀포시도 김해시처럼 디자인 전담 부서라도 만들어 아름다움과 조화로움, 멋스러움이 어우러지는 미래지향적인 관광도시로 가꾸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디자인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만 내건 채 탁상공론이나 하고 있다면 디자인 도시 건설은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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