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운전자 양산 우려…경찰 "실태 파악 후 시정조치"
운전면허 학과시험이 대폭 어려워 질 것으로 예견되면서, 응시생 수가 급증한 가운데 도내 일부 운전면허학원 강사들이 학과교육을 ‘시간 떼우기’식 으로 처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단속당국은 이런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부실 운전자’만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제주시내 A 운전면허학원. 이 학원은 자체 마련된 강의실에서 학과교육을 진행한다. 그러나 학과교육이 한창 진행돼야 할 강의실 내에는 단 한명의 학생도 없었다.
심지어 교육을 진행해야 할 강사마저 자리를 비운 상태다. 강의실 내에 설치된 단말기에는 ‘교육 진행 중’이라고 표기됐다.
시간이 흐른 뒤, 학생들과 강사가 강의실 내로 들어와 단말기에 지문과 카드를 찍고 다시 자리를 비웠다.
상황은 다른 운전면허학원도 비슷했다. B 학원은 전체 교육시간의 절반만 강의하고 나머지는 자습으로 처리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5시간의 학과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학원들은 강의를 아예 진행하지 않거나, 교육시간의 절반만 강의를 하는 등 부실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학과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운전대를 잡게 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도로교통공단 제주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학과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만2702명으로 지난해 동기(9764명)보다 2938명 증가했다. 이는 다음달 1일부터 학과시험이 대폭 어려워질 것으로 예견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가뜩이나 짧은 교육시간으로 현행 운전면허 시험제도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된 교육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전의식이 부족한 ‘부실운전자’만 양산될 수 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단속을 담당하는 제주지방경찰청은 실태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각 운전학원의 학과교육이나 주행교육 등이 부실한 것은 신고에 의해서만 파악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응시생 대부분이 신고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태를 파악한 후 공문·현장점검 등을 통해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제주매일 윤승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