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현재는 과거의 결과인 만큼 역사를 기억하고 통찰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 믿는다. 이른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 함은 그 크고 작음을 떠나 민중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시대의 전환점을 만든 사건일테다. 긴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으리라. 그중 작금의 현실을 비추어 볼만한 사례들을 짚어내고 기념할만한 주기가 맞아떨어지는 사건들을 추슬러 국민들에게 상기 시키는 일은 마땅히 언론과 학계가 해야할 일이다.
이에 필자가 자랑스러워하는, 누구나 알지만 다시 한번 상기해야하는 역사적 사건 하나를 기념하고자한다. 바로 120주년을 맞은 ‘동학농민혁명’이다.
1894년. 준비없는 개항으로 인한 일본의 경제적 침탈과 부패한 관리들의 폭정에 농민들이 반기를 들었다. 개혁운동은 들불처럼 번졌고 비록 곡괭이와 호미를 들었지만 그 수가 일만에 이르자 관군들은 열세가 되었다.
이에 조선의 지배 계급은 말 안듣는 자기백성을 죽여달라고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했다.
이에 천진조약을 내세운 일본이 겉으로는 발끈했으나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며 뒤따라 군사를 들여왔다. 천진조약은 청·일이 조선에서 균등한 세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맺은 조약이다.
그런데 특히 일본군은 조선의 농민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1만의 농민들이 봉기했음에도 30~40만명을 죽인 것은 향후 청을 정복하기위한 전초지로서 조선을 합방할 때 의병이 되어 저항할 세력들을 미리 싹을 자른 것이다. 백성의 원한과 개혁에 대한 갈망을 외면한 정부는 향후 나라를 지킬 백성을 죽이라고 스스로 외세를 불러들이고 청·일전쟁의 계기를 만들어내 결국 나라를 잃었다.
청·일전쟁은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한 전쟁이었고 조선은 자기백성을 죽여가며 스스로 그 길을 터준 셈이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 특히 농민들에게 가해지는 일들을 보며 그때의 역사가 겹쳐짐을 본다. 총칼로 죽이지만 않을 뿐 경제전쟁을 통해 이미 그 어느 분야의 행정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그중 농민들에게 가장 가혹한 이유는 그들을 가장 약한 세력, 혹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분야로 인식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정말 쌀이 돈보다 힘이 약할까? 돈으로 쌀을 사니 돈이 강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허수의 경제가 무너졌을 때 혹은 물리적으로 전쟁이 났을 때, 기본은 그 무엇도 아닌 쌀이다.
농민들은 갑오년의 개혁운동을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적은 외부의 적을 불러들이는 내부의 적이 아닌지, 지금이야말로 개혁의 선봉에 농민이 서야하는 것이 아닌지. 곡괭이와 호미를 들었던 작은 영웅들의 피맺힌 한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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